정치지형 변화 감지

이영란 기자 / joy@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13-06-03 17: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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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安, 날선 신경전 ‘팽팽’
새누리-민주, ‘상생국회’ 협력

진보정의당, 安에 구애 ‘손짓’
[시민일보] 10월 재보궐선거와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3일 현재, 정치권 지형에 미미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우선 지난해 대통령 선거 때와 4월 재보궐선거 당시만 해도 ‘연대’ 대상이었던 민주당과 무소속 안철수 의원 사이가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모습이 눈에 띈다.

반면 강성 지도부가 포진되면서 날선 대립각이 예상되던 새누리당과 민주당은 '상생국회', '정쟁 없는 국회'를 강조하는 등 이례적인 모습으로 6월 국회를 열고 있어 주목된다.

또 진보정의당은 지난 4월 서울 노원병 국회의원 보궐선거를 치를 당시 날선 비판을 이어가던 안철수 의원에게 은근한 손짓을 보내고 있는 정황이다.


◇민주당-안철수 신경전= 민주당과 무소속 안철수 의원은 3일 같은 시각 정책토론회를 각각 개최하는 등 야권 재편 경쟁 과정에서 양측의 신경전이 격화되는 모양새다.

안 의원은 이날 국회 입성 후 첫 간담회를 열고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유통업계 갑을 불공정거래 관행에 관한 목소리를 내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전국을 살리기 비상대책위원회와 경제민주화국민운동본부가 공동 주관하고 무소속 송호창 의원, 참여연대와 함께 한 이날 간담회에는 전국유통상인연합회 인태연 공동대표를 비롯해 농심특약점대리점협의회 김진택 대표, 전국편의점가맹점사업자단체협의회 방경수 대표 등이 참석했다.

이들 중 인 대표 등은 지난달 말 열렸던 민주당 의원워크숍에도 참석해 유통업계 갑을 관행을 소개하고 입법을 요구한 바 있다.

이처럼 안 의원이 등원 후 첫 간담회 주제를 갑을 관계로 정하는 등 '을을 위한 정당'이라는 구호를 내건 민주당에 정면으로 대응하자 민주당도 즉각 반격을 가하는 모습이다.

민주당 내 진보노동정치·사회민주주의 노선 의견그룹인 복지국가진보정치연대(이하 진보연대)는 같은 날 안 의원 토론회가 열리는 바로 옆 세미나실에서 '민주당 재집권 전략 - 일하는 사람의 정당으로 거듭나기'란 주제로 제2회 정치아카데미를 개최했다.

진보연대 대표인 민주당 박용진 대변인은 이날 주제발표를 통해 “민주당의 재집권을 위해 지역연대, 세대연대 전략을 포괄하는 노동연대전략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민주당이 노동자정당이 돼서도 안 되지만 민주당이 노동 없는 민주당으로 머물러서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번 토론회는 안 의원 측의 '좌클릭' 행보에 견제하는 시도로 풀이된다.

실제로 안 의원의 '정책 네트워크 내일'의 이사장으로 임명된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는 최근 안철수 신당의 성격을 '노동 중심의 진보정당'으로 규정했다. 민주당으로선 진보성향 지지자들을 단속하기 위해 안 의원 측을 견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최 교수의 발언과 이번 토론회 개최 시점과 장소를 둘러싸고 '민주당이 안 의원의 외연 확대 움직임을 본격적으로 견제하기 시작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특히 주제발표자로 나선 박용진 대표는 지난 노원병 국회의원 보궐선거 당시 당 지도부로부터 수차례 출마 권유를 받았던 인물이란 점도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새누리-민주당, ‘상생국회’= 이처럼 민주당이 안철수 의원 측에는 날선 신경전을 벌이는 반면 새누리당과는 오히려 예전과 다른 상생과 협력 분위기를 연출해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실제 여야는 이례적으로 이번 임시국회 개원협상을 신속하게 처리한 것은 물론 '상생국회', '정쟁 없는 국회'를 유독 강조하고 있다.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는 "새로운 여야 관계의 모델을 제시하자"고 밝혔고, 이에 민주당 전병헌 원내대표는 "최선을 다해서 정치의 신뢰를 회복시키는데 함께하자"고 화답했다.

특히 여야 원내대표는 6월국회 첫 날인 3일 상대 당의 대표를 예방, 상호 이해와 협력을 논의키로 하는 색다른 모습도 선보인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같은 보습에 대해 여야가 새로운 지도체제를 맞아 한층 성숙된 정치문화를 구현하고 선진화된 국회 운영을 위해 노력하려는 진일보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는 평가를 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그 배경에 무소속 안철수 의원에 대한 견제 분위기가 깔려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을 제기하고 있다. 안 의원이 '새정치' 브랜드를 내건 만큼 기존 정당이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일수록 안 의원에게 반사이익을 얻게 될 거라는 위기감이 작용한 탓이라는 것이다.

실제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싸우면 그쪽(안철수 의원)에게 좋지 않겠느냐"고 했고, 홍문종 사무총장도 안 의원이 위협적이냐는 질문에 "당연하다"고 답했다. 특히 홍 사무총장은 "민주당이 여론조사를 보니까 문을 닫아야 할 것 같은데 그렇게 되면 우리에게 불리하다. 이제 민주당을 도와야겠다"고도 말했다.

여야는 지난 28일 양당 원내수석부대표 공식 회동을 시작으로 3일 만에 개원협상을 마칠만큼 우호적인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다.

협상 내용도 눈여겨 볼만한 대목이다.

여야는 진주의료원 폐업 문제로 촉발된 공공의료 문제 전반을 다루기 위해 '공공의료 정상화를 위한 국정조사'에 합의했지만 특정인에 대한 청문회로 정쟁을 초래하기보다 '정책 국조'를 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민주당 정성호 원내수석부대표는 협상 타결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이번 국조는) 특정인을 대상으로 한 게 아니다"라며 "진주의료원 사태로 촉발된 지방의료 전반적인 실태를 확인하고 대책을 세우기 위한 것"이라고 했고 옆에 서 있던 새누리당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도 "맞다", "그렇다"며 수긍했다.
◇정의당의 안철수를 향한 구애= 민주당과 안철수 의원 간에 간극이 벌어지고 있는 시점에 진보정의당 심상정 의원은 오히려 안철수 의원을 향해 구애의 손짓을 보냈다.

심상정 의원은 "독점적 거대 양당구조를 깨려면 안철수 신당과 진보세력이 협력할 수 있다"고 밝혔다.

심 의원은 이날 오전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서종빈입니다>에 출연해 "국민들이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는 정치개혁은 안 의원을 비롯한 새로운 세력들이 당장에 뒷물결이 앞물결을 치고 나가듯이 지금 낡은 정치를 청산하라는 요구라고 본다"며 이같이 말했다.

심 의원은 "낡은 정치는 지금 수십년간 한국정치를 주도해 온 거대 양당 중심의 독점적인 폐쇄 구조, 이것을 넘어서서 정당체제가 민주화 되고 정치에 다양한 의견들이 반영될 수 있는 그런 정치의 다양성이 보장될 수 있도록 정치제도가 바뀌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정치개혁과 관련해서 연대할 수 있는 그런 모든 세력들이 연대해 정치의 생태계를 복원하는 것이 국민의 뜻이라고 본다"며 "그런 점에서 안 의원이 새 정치의 내용이 어떻게 구체화 되는 가를 저희가 주의 깊게 보고 있고 내용에 따라서는 정치 개혁의 아주 좋은 파트너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심 의원은 지난 30일에도 안 의원과의 연대 문제에 대해 "새 정치에 대한 고민이 어떻게 구체화 되느냐에 따라서 낡은 정치를 넘어서는 정치개혁의 파트너가 될 수도 있다"고 말한 바 있다.

특히 그는 "저와 진보정의당은 일관되게 ‘가치와 정책 중심의 정당으로 재편되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며 " 다만 그 가치와 정책이 책임 있는 실천으로 이어져야 하는데 그럴 수 있다면 누구라도 연대할 수 있다"고 거듭 연대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그는 또 안 의원이 최장집 '내일' 이사장의 '노동중심 진보정당론'에 공감을 표시한 데 대해서도 "노동문제가 진보정의당과 같은 진보정당만이 대변하는 것이 아니라 노동문제 해결이 우리 민주주의 중심과제가 됐다는 얘기 아니겠나?"라며 " 노동문제 해결에 힘을 보태겠다는 의지는 매우 환영할 만한 일"이라고 긍정평가 하기도했다.

이는 4.24 재보궐선거 당시 진보정의당 노회찬 전 의원 등이 안 의원을 향해 날선 비판을 했던 것에 비하면 상당한 변화다.

이영란 기자 joy@simin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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