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퇴, 국민의 뜻" vs. "소명 기회줘야"… 與野, '문창극 청문회' 격돌 예고

이영란 기자 / joy@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14-06-15 13:4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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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오늘 청문요청서 제출 신민지배등 文발언 도마위
與 "청문회에서 진실 규명"
野 "文, 왜곡된 역사 의식"

[시민일보=이영란 기자] 청와대가 16일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과 인사청문 요청서를 제출할 것으로 알려짐에 따라 여야 격돌이 예상된다.

새누리당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문 후보자의 6·25전쟁과 일본의 식민지배 등 과거 역사인식 발언 등에 대해 청문회를 통해 소명 기회를 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새정치민주연합은 자진 사퇴를 요구하면서 혹독한 검증을 예고하는 가운데 청문회 보이콧 움직임도 내비치고 있어 난항이 예상된다.

15일 여야 각 정당에 따르면, 재산이나 병역 문제 등이 총리후보자의 논란거리가 됐건 과거와는 달리 이번 청문회에서는 '후보자 발언'이 도마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문 후보자는 지난 2011년 6월15일 '기회의 나라를 만들어 주십시오'라는 제목의 특강에서 "조선이 일본의 식민지가 된 것은 하나님의 뜻"이라고 말한 것이 밝혀지면서 논란에 휩싸였다.

그는 2005년 3월 노무현 당시 대통령이 3·1절을 맞아 일본의 과거사 배상문제를 언급하자 칼럼을 통해 "이미 끝난 배상문제는 더 이상 거론하지 않는 것이 당당한 외교"라고 비판했고, 지난 4월 서울대 강연에서도 이와 비슷한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족사 최대의 비극인 한국전쟁에 대해선 2011년 한 교회 특강에서 "(하나님이) 6·25를 왜 주셨냐, 미국을 붙잡기 위해서. 하나님이, 돌아보면, 미국을 붙잡기 위해 주셨어요"라고 말했다. 아울러 이 강연에서 남북대화를 통해선 통일이 이뤄질 수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특히 특정 언론에 대해 자신의 발언을 보도하는 과정에서 진위를 심하게 왜곡 편집했다며 특정 언론에 대해 법적 대응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새누리당 “기회 줘야”= 새누리당은 청문회를 통해 문 후보자의 소명을 들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최근 안대희 전 국무총리 후보자가 '전관예우' 논란으로 자진사퇴한 데 이어 문 후보자까지 낙마할 경우 국정 운영에 상당한 타격이 예상되는 만큼 청문회를 통해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다.

더욱이 새누리당은 문 후보자의 발언이 대부분 교회라는 특정 장소에서 이뤄진 것이라는 점을 토대로 전체 강연의 동영상을 살피면서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앞서 윤상현 사무총장은 "말 몇 마디를 갖고 그의 삶을 재단하고 생각을 규정하려 한다면 그것은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두둔한 바 있다.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도 이날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와 관련해 "문 후보자를 둘러싸고 여러 가지 설왕설래가 있지만 이른바 '실체적 진실'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절차적 민주주의가 훼손된다면 우리가 지향하는 성숙된 민주사회가 가져야할 또 다른 가치에 영향을 주지 않을까 걱정"이라며 "합법적 절차인 청문회를 통해 실체적 진실을 규명해야한다"고 밝혔다.

특히 이 원내대표는 "대통령은 총리 인사청문요청서를 국회에 보내고, 국회는 그것을 존중해 청문회를 밟는 것은 당연하다"면서 "후보자는 국민과 정치권으로부터 제기되는 의혹에 대해 신중하고 착실하게 청문회에서 실체적 진실을 충분히 밝혀야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언론과 국민은 청문회 과정을 매섭게 지켜보며 객관적으로 판단하게 될 것"이라며 "청문회를 통한 종합적 근거 하에 (적격)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성숙된 민주주의"라고 거듭 강조했다.

◇새정치연합 총 공세= 야권은 문 후보자의 발언 등에 대해 이념편향 등을 지적하며 집중 공격을 펴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김한길 공동대표는 15일 문창극 총리후보자의 발언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구차하다"고 일갈했다.

김한길 공동대표는 이날 '포그혼'이란 제목의 메시지를 통해 "사람의 입에서 나오는 '말'이라는 건, 그 사람이 가진 '생각'과 '태도'를 그대로 반영한 것이다. 따라서 '그때는 총리후보자가 아닌 기독교인으로서 한 말이다'라는 변명은 변명 축에도 못 끼는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놀랍게도 아직도 5·18민주화운동, 6·10민주항쟁, 그리고 제주4·3항쟁을 폭동, 반란이라고 생각하는 역사의식을 가진 분들이 있다. 안타까운 일"이라며 "그러나 더더욱 놀라운 건 이렇게 왜곡된 역사의식을 가진 분이 대한민국의 총리후보자로 지명된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제주4·3사건은 공산주의 폭동이었다', '위안부에 대해서 일본의 사과를 받을 필요는 없다', '일제 식민지배와 남북분단은 하나님의 뜻이었다' 문창극 총리 후보자가 한 발언들"이라면서 문 후보자의 역사인식을 비판했다.

같은 당 박광온 새정치민주연합 대변인도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문창극 총리 지명자가 버티면 버틸수록 국민은 모욕감을 느끼고, 대한민국은 한심스런 나라가 되고, 박근혜 대통령은 국가관을 의심받고, 새누리당은 민족비하 동조당으로 조롱받는다"며 "새누리당 일각에서는 인사청문회에서 해명할 기회를 주고 국민의 판단에 맡기자고 말하고 있다"며 "인사청문 요청서를 국회에 보내는 것을 재고하라"고 요청했다.

그는 "국민의 판단은 이미 서 있다"며 "식민지배와 분단이 하느님의 뜻이 아니라 문창극 지명자의 사퇴가 국민의 뜻이다"고 강조했다.

이어 "짜깁기 편집으로 문 지명자 발언의 맥락을 무시하고 내용을 왜곡했다는 주장이야말로 본질을 왜곡하는 것이다"며 "그 영상을 다 보든, 다 보지 않든, 또는 문 지명자가 윤치호의 말을 인용했든 인용하지 않았든 ‘우리민족은 게으르고 자립심이 없고 남에게 의지하려는 DNA를 갖고 있다’는 그 말은 어디로 가지 않는다"고 지적해다.

그러면서 "박근혜 대통령은 문창극 총리 지명자의 인사청문 요청서를 국회에 보내는 것을 재고하기 바란다"고 요청하며 "지명을 철회하고 국민께 사과하는 것이 국민과 역사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새누리당 차기 당권 도전을 선언한 이인제 의원이 이날 오후 2시로 예정된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의 청문회 반대 기자회견을 돌연 연기, 그 배경에 이목이 쏠린다.

당초 이 의원은 전날(14일) 2시께 국회 출입 기자들에게 기자회견 소식을 알리면서 “문 후보자에 관련된 문제, 새누리당 혁신의 필요성과 방향, 7월 14일 전당대회 전망, 국가개조의 방향과 확실한 해결책 등에 대해 입장을 밝힐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3시간여 뒤인 오후 5시경 이 의원 측은 돌연 기자회견 연기 소식을 재공지했다.

이 의원 측 관계자는 기자회견 연기 이유에 대해 “이미 일부 언론을 통해 문 후보자에게 (입장 표명을) 강력히 촉구했기에 이에 대한 반응을 본 후 다시 기자회견 일정으로 잡으려 한다”고 전했지만, 새누리당 지도부가 문 총리 지명자에게 소명의 기회를 줘야 한다는 의견에 사실상 동의한 것으로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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