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 좌초 위기

이영란 기자 / joy@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14-09-15 15:0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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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계파마다 '박영선 사퇴 촉구' 봇물 朴대표 "탈당 검토"··· 분당 가능성도

[시민일보=이영란 기자] 새정치민주연합이 '박영선 원내대표직 사퇴 요구'로 연일 시끄러운 가운데, 일각에서는 분당을 우려하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실제 국민공감혁신위원장과 원내대표를 분리키로 함에 따라 사실상 원내대표로 남게 될 박 위원장을 향해 이마저 내려놓으라는 새정치연합 의원들의 요구가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15일 새정치연합 내 각 계파 소속의원들은 박 위원장 겸 원내대표에게 자진사퇴를 재차 요구했다.

당내 친노무현계·정세균계·혁신모임·486그룹·민주평화국민연대·민주당 집권을 위한 모임·더좋은미래·시민사회 출신 등 각 계파 소속 의원 18명은 이날 국회에서 오전 9시부터 30분 가량 회의를 갖고 박 위원장 사퇴 요구 방침을 재확인했다.

이날 유승희 의원은 "어제부터 합의한 (사퇴 요구)내용은 유효하고 지속된다"고 회의 분위기를 전했다.

유 의원은 "중진의원들부터 시작해 원로, 3선, 초선 등 의원들이 몇주간 (박 위원장에게)사퇴를 요구했다"며 "자진사퇴를 요구했는데 진척이 없어서 다시 촉구하는 것이다. 당이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구당적 차원에서 모였다"고 밝혔다.

박 위원장 사퇴촉구 공동대응을 예고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유 의원은 "공동대응 방안은 나중에 다시 말하겠다. 내일도 만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의원들은 강기정·김동철·최재성·오영식·노영민·이인영·정성호·우원식·유승희·이원욱·홍영표·인재근·김용익·김경협·김현·진성준·은수미·최민희 등이다.

당내 3선 그룹 모임인 ‘삼민회’를 이끌고 있는 이상민 의원도 이날 오전 PBC와의 인터뷰에서 “더 이상 당이 혼돈 상태에 있을 수는 없다. 정리 정돈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이미 리더십이 상당히 상실된 박 원내대표는 더 이상 그 직책을 수행하기가···(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 영입 과정에서 나타난 문제점을 언급했다.

그는 “합리적인 논의과정이 없이 지극히 폐쇄적이고 은밀하게, 어쩌면 독단적으로 비쳐졌다”며 “현재의 교착상태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원인을 제공한 박 원내대표가 비켜주셔야 정리정돈이 될 수 있겠다는 게 저희들의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전날 국회 의원회관 이상민 의원실에서 열린 3선 의원들의 모임에서도 박 위원장의 사퇴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이 자리에는 이 의원을 비롯해 김동철·노영민·오영식·최규성 의원 등이 참석했다.

이 의원은 모임 직후 "주요 의사결정 과정에 있어서 당내 의견수렴 과정 없이 매우 폐쇄적이고 독단적으로 결정이 이뤄져 당에 엄청난 타격을 줬고 갈등이 심화됐기 때문에 지도부로서는 인정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원내대표 및 비대위원장 두 직책의 조속한 사퇴를 촉구할 것이다. 만약 이에 응하지 않으면 공동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이 의원은 지난 12일 박 위원장과 문희상, 정세균, 김한길, 박지원, 문재인 의원이 박 위원장의 거취 문제 제기는 자제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의견을 모은 데 대해서도 "인정할 수 없는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어 "매우 퇴행적인 정치 행태라 생각한다. 그 자리에서 사퇴 촉구를 자제하기로 의견을 모았다는 것도 사실이 아니라고 한다. 그렇게 합의한 적이 없다고 한다"며 "그래서 의원들이 격앙돼있다. 한 의원만이 그런 얘기를 했고 나머지 이견을 제시한 의원도 있었다고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박영선 의원이 이런 상황을 잘 판단해 합리적으로 결단내릴 것으로 기대한다"며 "대안이 없지 않느냐고 하는데 그것은 우문이다. 늘 이런 데 대비하는 시스템이 있고 새로운 또 다른 인물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들 3선 의원들은 이날부터 매일 오전 8시30분에 모여 현 상황 등에 대한 논의를 이어나가기로 했다. 이들은 박 원내대표가 사퇴를 거부할 경우 사퇴 투표를 위한 의원총회 소집 요구안을 내는 방안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같은 날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는 당내 계파를 초월한 15명의 의원들이 현안 관련 긴급 모임을 갖고 박영선 원내대표의 자진사퇴를 요구했다. 이 모임에는 김용익·김현·노영민·도종환·이목희·이원욱·오영식·우원식·유승희·은수미·전해철·최규성·최민희·최재성·홍영표 의원 등이 참석했다.

이밖에 당내 초·재선 의원 모임인 '더좋은미래'도 전날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당원들과의 토론회를 개최한 뒤 김기식 의원실에서 따로 비공개 회의를 갖고 박 원내대표 사퇴 문제 등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는 김 의원을 비롯해 남윤인순·박완주·박홍근·배재정·이목희·우상호·우원식·유은혜·은수미·진선미·홍종학 의원 등이 참석했다.

민평련 소속 의원 8명도 15인 모임과 별도로 저녁 회동을 하고 박 원내대표의 자진사퇴 요구와 이후 공동대응 방안 추가 논의에 합의했다.

이같은 공세에 직면한 박 원내대표는 "공감혁신위원장과 원내대표 사퇴는 물론이고 탈당을 심각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 원내대표는 “새정치민주연합 공감혁신위원장을 사퇴하고 세월호 특별법을 마무리 지으려고 했다. 지난 12일 밤 중진 5명과의 회동에서도 원내대표를 유지해달라고 했는데 초·재선 의원들 중심으로 저렇게 물러가라고, 아니 아예 당을 떠나가라고 하는 것 같고 나를 죽이는 것 같은데 그렇다면 내가 나가야 하지 않겠느냐, 쫓겨나는 것 같아 너무 가슴이 아프다. 탈당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탈당 시기에 대해 “지금 탈당하면 당이 공중에 떠버리는 것이니 책임을 다 하려고 한다. 내가 탈당을 언급했으니 중진들이든, 나를 내쫓으려 하는 초·재선 의원들이든 비대위원장 후보를 물색하면 그 때 그 분에게 권한을 위임하고 나갈 것”고 이라고 못박았다.

이에 따라 정치권 일각에서는 새정치연합 분당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새정치연합 비대위원장으로 거론됐던 이상돈 교수는 박 원내대표가 탈당까지 거론하며 반발하고 있는 데 대해 "제가 박영선 의원이라고 해도 집어 치운다는 심정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며 "사실 이른바 정치평론가들이 여당, 야당 다 안 된다고 하잖나. 대한민국에 희망이 없다고. 그래서 결국은 제3섹터에 건전한 정당이 나오지 않으면 대한민국이 침몰한다는 이야기를 하지 않았나? 대부분 그렇게 이야기하는 분이 많았다.

항상 정계개편의 촉발은 야당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야당발 정계개편 양상이 있어왔다"고 향후 '야당발 정계개편'을 전망했다.

그는 또 '새정치연합이 분당하면 뜻이 맞는 세력에 합류할 생각이 있느냐'는 물음에 "어떤 사람이 내게 농담이라며 '당신은 이제 박영선 위원장을 지옥까지 따라갈 신세'라고 하더라"라며 "내가 왜 지옥을 따라가나. 천국을 따라가야지. 만일 박 위원장이 분당해 딴 살림을 차린다면 그 당의 진정성과 철학을 따져 보고 (합류를)생각해 볼 수도 있겠다"고 여지를 열어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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