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윤회-조응천, 누구 말이 맞나

이영란 기자 / joy@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14-12-02 17:2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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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신빙성 6할 이상...정-이재만 지난 4월 연락”
정 “민정수석실 조작...조작된 문건 공식 문서화”


[시민일보=이영란 기자]박근혜정부 '비선실세 국정개입 의혹'이 담긴 문건과 관련, 사건 당사자들의 증언과 주장이 서로 엇갈리면서 파문이 더욱 확산되는 양상이다.

문제의 청와대 내부문건 작성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진 조응천 전 공직기강비서관은 2일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청와대 핵심 비서관 3인방 중 한명인 이재만 총무비서관이 정씨와 연락을 취한 바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해당 문건이 ‘찌라시’라는 지적에 “신빙성이 60% 이상”이라고 반박했다.

반면 정씨는 자신이 사람을 시켜 박근혜 대통령의 동생인 박지만 EG회장을 미행했다는 주간지 보도와 청와대 문건 유출건 등이 조 전 비서관이 소속됐던 민정수석실 조작이라는 주장을 내놓았다.

조 전 비서관은 "지난 4월10~11일 이틀에 걸쳐 청와대 공용 휴대폰으로 전화가 왔는데 모르는 번호여서 받지 않았다"면서 "그 직후 '정윤회입니다. 통화를 좀 하고 싶습니다'라는 문자가 왔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정씨가 박 회장을 미행했다'는 시사저널 보도로 정씨가 소송을 제기하는 등 화가 나 있는 상황이었고 순간적으로 고민하다가 받지 않았다"면서 "(전화를 받지 않은 이후) 4월11일 퇴근길에 이재만 비서관이 전화를 걸어 와 '(정씨의) 전화를 좀 받으시죠'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당시 이 비서관에게 '좀 생각을 해보고요'라고 답변했으나 정씨와 통화는 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조 전비서관은 “그로부터 나흘 뒤인 4월15일, 당시 상관이었던 홍경식 전 민정수석으로부터 ‘그동안 열심히 일했으니 그만두라고 했다’는 말을 들었다”고 밝혔다.

조 전 비서관은 "정씨의 전화를 받지 않은 것과 나의 거취가 어떤 연관이 있는지 속단할 수는 없다"면서도 "다만 정씨와 절연(絶緣)한 것처럼 얘기해온 이 비서관이 정씨의 메시지를 전하는 것을 보고 '도대체 이게 뭐냐'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나는 청와대 '워치 도그(watch dog·감시견)'였다. 위험을 보면 짖는 게 임무였고 그 임무에 충실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이번에 논란이 된 문건의 신빙성에 대해 "6할 이상이라고 본다"고 주장했다.

조 전 비서관은 "(첩보가 맞을 가능성이) 6~7할쯤 되면 상부 보고 대상이 되는 것"이라며 "(문건의) 내용이 실제 (정씨와 청와대 내외부 인사의) 모임에 참석해서 그 얘기를 듣지 않았으면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자세한 것이었다. 나는 그 모임에 참석했던 사람으로부터 그 이야기가 나왔다고 보고를 받았다"고 부연 설명했다.

문건 유출과 관련해선 "지난 5~6월 민정에 올라간 한 문건에는 박(관천) 경정이 아닌 제3자가 범인으로 지목돼 있다.

나는 당시 사퇴한 뒤였기 때문에 평소 친분이 있는 청와대 고위 관계자에게 '그 문건을 빨리 조사해 조치를 취하라'고 건의했지만 아무런 답이 없었다"며 "아마 민정수석실은 박 경정이 범인이라고 대통령에게 이미 보고된 것을 나중에 뒤집기가 힘들었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한마디로 청와대 내부 문건을 유출한 것은 작성자인 박 경정이 아니며 이같은 사실을 민정수석실도 알고 있었지만 묵살하고 박 경정에게 책임을 뒤집어 씌웠다는 주장이다.

뿐만 아니라 조 전 비서관은 이 비서관과 정호성 제1부속비서관, 안봉근 제2부속비서관 등 핵심 비서관 3인방이 인사에 관여한 것 같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기도 했다.

그는 "올봄 청와대에 근무하는 행정관들을 선임행정관(2급)으로 승진시키는 인사가 있었다"며 "이 비서관에게 '2급이면 인사 검증 대상이니 미리 명단을 보내달라'고 했는데 그냥 발표가 나버렸다"고 말했다.

그는 또 “청와대 파견 경찰관 1명에 대한 검증 결과 부적격 취지의 판정을 내렸더니 안 비서관이 전화해 ‘이 일을 책임질 수 있느냐’고 물었고 한 달 뒤에는 민정수석실 소속 경찰관 10여명을 한꺼번에 내보내라는 지시가 떨어졌다”고 주장했다.

이어 "당시 경찰 인사는 (안 비서관이 속한) 제2부속실에서 다 한다는 소문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반면 정씨는 자신의 국정개입 의혹을 담은 문건뿐만 아니라 박 대통령의 동생인 박 회장을 미행했다는 시사저널 보도까지 모두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조작이라고 주장했다.

정씨는 이날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청와대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한두 번도 아니고 민정수석실에서 계속 이런다면 나도 이제는 가만히 있을 수 없다"며 이번 사건의 배후로 청와대 민정수석실을 지목했다.

그는 "시사저널 문제(박지만 회장 미행 보도)가 터졌을 때도 나는 조작이라고 직감했다. 지금 사건이랑 똑같다"며 "너무 유치하다. 어떻게 이렇게 유치한 짓을 최고의 기관인 민정에서 할 수 있느냐"고 질책했다.

정씨는 민정수석실의 조작 근거로 "만약 보고서 내용이 사실이라면 청와대에서 확인해 일벌백계를 해야지 그냥 구렁이 담 넘어가듯 넘어갈 일이냐"며 "민정에서 하는 일이 그것인데 (안 했다면) 직무 유기다. 뭔가 감추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문건 제작자로 알려진 박 경정에게 전화해 따졌더니 '위에서 지시한 대로 타이핑만 했다'고 하더라. 더 큰 문제는 조작된 문건을 공식 문서화했다"며 "직감적으로 이건 누가 나를 음해하려는 것이라 생각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민정에서 첩보 수준을 조작해 정보로 만들고 그걸 보고했다. 그런 걸 국가 최고기관에서 하면 대한민국 사람 중 안 당할 사람이 누가 있나"라고 반문했다.

한편 청와대는 이처럼 사건 관계자들의 주장들이 잇따라 나오고 있는 것과 관련해 "검찰 수사를 앞둔 본인들의 갖가지 주장들"이라며 개입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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