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민주, 문재인 떠나면...

이영란 기자 / joy@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16-04-15 23:5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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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학규 ‘웃고’...박원순-안희정 ‘울고’

[시민일보=이영란 기자]20대 총선에서 원내 1당에 올랐으나 호남주도권을 국민의당에 빼앗긴 더불어민주당 상황과 관련, 호남지지를 얻지 못하면 정계를 떠나겠다던 문재인 대표 거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재 더민주에서는 범친노계 및 386 운동권 그룹, 문재인 전 대표가 영입한 친문그룹 6명을 포함한 29명이 최대 계파를 형성한 가운데 이번 총선에서 영역을 확장한 손학규계 16명이 뒤를 이어 새로운 계파로 등극하는 모양새다.

이밖에 4.13 총선 승리를 이끈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 그룹이 6명, 비주류 중진그룹이 5명, 더민주 잠룡으로 꼽히는 안희정 충남지사 측근은 3명, 박원순 서울시장 측근은 2명이다.

이번 총선에서 범친노 그룹인 김태년, 홍영표, 김경협, 박남춘, 이학영, 전해철, 설훈, 홍익표 의원 등이 수도권을 중심으로 생환, 의원직을 유지하는 데 성공했다. 충청권에서도 박범계, 도종환 의원이 승리했다. 영남에서는 경남 김해갑의 민홍철 의원이 재선을 확정했다. 또 황희·강병원, 영남의 박재호·전재수·최인호·김경수 당선자가 모두 친노성향으로 분류되고 있다.

문 전 대표가 영입했던 조응천, 김병관, 김병기, 표창원, 박주민, 김정우 당선인 등도 원내에 진입하게 됐다.

이인영·우상호·송영길로 대표되는 386 운동권 출신들 역시 비노계는 아니지만 범주류에 속한다. 더민주 내 주류가 이번 총선을 통해 영역을 넓혔다는 평가지만, 총선 당시 호남 표심을 얻지 못하면 정계를 은퇴하겠다던 문재인 전 대표의 약속이 부담으로 작용되는 모양새다.

실제 문 전대표를 겨냥한 국민의당 공세가 만만치 않다.

총선 당시 문 전 대표는 "호남에서 지지를 얻지 못하면 정계를 은퇴하겠다"며 배수진을 쳤으나 총선 이후인 전날에는 "호남 민심이 저를 버린 것인지 더 겸허히 노력하며 기다릴 것"이라고 거취를 유보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대해 국민의당의 천정배 의원은 "정계은퇴 여부 등은 얘기할 바 아니다"면서도 "분명한 것은 호남 민심이 문재인 전 대표에 대해서 매우 험악하다 하는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같은 당 박지원 의원도 전날 라디오방송에서 "문재인 전대표의 정계은퇴 발언을 국민이 기억하고 있다"며 약속이행을 압박했다.

박의원은 “(문 전대표가) 총선의 성공이 어느 선이냐고 했을 때 더민주가 보유하고 있던 127석 이하면 실패라는 말을 했다”면서 그의 막판 호남 지지유세에 대해서도 “문 전 대표가 호남에서 지나간 지역은 (더민주 후보가) 다 낙선했다”고 혹평했다.

문 전 대표가 정계은퇴 약속을 실천할 경우 대안으로 일각에선 6선을 달성한 정세균 의원을 주목하고 있으나 측근인 전병헌·오영식·강기정·김성주 의원 등이 컷오프 및 낙선 등으로 타격을 받은 상태여서 탄력을 받기 어렵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오히려 이번 총선을 통해 측근 세력의 원내진출에 성과를 올린 손학규 전 대표의 역할론이 부상하는 분위기다.

손학규 전 대표는 더민주의 총선 지원에 직접 나서지는 않았지만 가까운 인사들에 대한 측면지원에는 인색하지 않았다.

실제 손 전 대표는 선거사무소 개소식 때 격려 메시지를 보내거나 최측근인 송태호 동아시아미래재단 이사장을 유세현장에 보내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지원 의사를 전달하며 측면에서 선거전을 도왔다.

이번 총선에서 당선된 손 전 대표 측근 인사는 더민주 양승조 조정식 우원식 이찬열 김민기 유은혜 이개호 전현희 전혜숙 강훈식 고용진 김병욱 박찬대 어기구 임종성 후보와 국민의당 김성식 후보 등 16명에 달한다.

이번 총선에서 새누리당 텃밭인 서울 강남을에서 더민주 후보로 당선된 전현희 당선인은 이날 MBC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손 전 고문이) 일할 수 있게 제 역할이 있다면 그런 역할도 할 것”이라며 “손 고문님을 존경하고 또 훌륭한 정치인으로 생각하고 또 정치권에서 할 일이 있는 분”이라고 말했다.

다만 전 당선인은 손 전 고문의 정계복귀를 위해서는 당의 요청이 있어야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는 “일단은 정계은퇴를 하신 상태이기 때문에 복귀하기 위해서는 명분이 필요하다”며 “‘손 고문이 나서셔 우리 정치계 발전을 할 수 있다’라는 그런 당내의 요청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손학규계와 김종인 대표 측의 연대설도 손 전 대표의 정치복귀 가능성을 구체화시키는 요소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정장선 총선기획단장, 김헌태 전 정세분석본부장 등 손학규계 인사들이 김 대표 옆에서 공천과정을 주도했고 김대표가 총선 기간 동안 손 전 고문과 지속적으로 연락을 주고 받아온 정황 등이 이 같은 관측에 무게를 더해준다는 분석이다.

더민주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표가 당초 약속을 뒤집고 당권을 거머쥐려 할 경우 손학규와 김종인 연대는 불가피할 것”이라며 "손 전 고문측과대표 측 김 대표 측의 경우 상호간에 큰 거부감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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