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의 어리석은 ‘대국민 선전포고’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5-02-10 11: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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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법원, 헌법재판소, 선거관리위원회까지, 헌법기관에 대한 근거 없는 불신과 폭력이 난무한다.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라는 헌법 원리를 부정하는 반헌법, 헌정 파괴 세력이 현실의 전면에 등장했다. 헌정파괴세력에 맞서 싸우겠다.”


이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오전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한 발언이다.


법원과 특히 헌재에 대해 불신하는 사람을 ‘헌정파괴세력’으로 규정하고 그들과 싸우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그런데 전날 공개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헌재의 공정성에 의문이라고 답한 응답자가 절반에 달했다. 국민 2명 중 1명이 헌법재판소를 불신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아시아투데이가 한국여론평판연구소(KOPRA)에 의뢰해 지난 7~8일 이틀간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을 결정할 헌법재판관들의 공정성에 대해 의문을 가지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의문을 가지고 있다'라는 응답률이 49%를 기록했다. '의문을 가지고 있지 않다' 45%, '잘 모르겠다'는 6%였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결과적으로 이재명 대표는 국민을 ‘헌정파괴세력’으로 규정하고 국민과 싸우겠다고 선전포고한 셈이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을 맡은 헌법재판관들을 겨냥한 국민탄핵청원은 이미 30만 명을 넘긴 상태다.


국회전자청원 홈페이지에 따르면, 10일 오전 9시 기준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청원은 15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이미선 헌법재판관에 대한 탄핵청원은 9만3000명의 동의를 얻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됐고, 정계선 헌법재판관 탄핵청원도 8만4000명을 넘어 법사위에 회부 돼 심사를 기다리고 있다. 이들 모두 헌법재판관으로서 공정성에 의문이 제기된 상태다.


그러면 헌법재판소는 왜 이처럼 국민의 불신을 받게 된 것일까?


석연치 못한 헌재의 태도가 국민 불신을 초래했다.


간단하게 끝날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 탄핵 의결 정족수에 대한 권한쟁의심판은 마냥 뒤로 미룬 채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불임명 권한쟁의심판에 대해선 번갯불에 콩 볶듯 다급하게 서두르는 것 자체가 문제다. 이런 헌재의 모습은 ‘정치재판소’라는 오명을 피하기 어렵다.


한덕수 대행 탄핵 의결 정족수에 대한 권한쟁의심판 청구의 취지는 탄핵 소추 자체가 절차상 심각한 하자가 있어 무효라는 것이다. 대통령 권한대행이니만큼 대통령 탄핵의결정족수에 맞춰 200명 이상이 동의해야 하는데 우원식 국회의장이 제멋대로 151석이 정족수라고 판단한 것이 ‘유효’한 것인지 ‘무효’인지 먼저 판단해야 한다. 그런데 헌재는 그 판단도 하지 않은 채 한 대행 탄핵에 관한 심리와 변론기일을 진행하는 어처구니없는 행태를 보였다.


어디 그뿐인가.


마은혁 불임명에 대한 권한쟁의심판 청구는 국회가 아니라 우원식 의장 개인이 했다는 점에서 절차상 하자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 상태다. 그런데도 헌재는 그 잘못을 바로잡으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았다. 국회의장이라도 300명 국회의원의 의견수렴과정을 거치지 않았다면 그건 개인의 의견일 뿐이다. 이건 상식이다.


국민은 바보가 아니다. 상식에 어긋나는 행태를 보이는 헌재의 공정성에 의구심을 제기하는 건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이재명 대표는 이런 헌법기관을 불신하는 국민을 ‘헌정파괴세력’으로 규정하고 국민과 맞서 싸우겠다며 선전포고를 하다니 과연 제정신인가 싶다.


아무리 ‘여의도 권력’이 용산 권력을 짓밟을 정도로 강하다고 해도 주권자인 국민을 상대로 싸워 이길 수는 없다.


지금 이재명 대표의 이런 모습은 흡사 사마귀가 수레 앞에서 맞선다는 당랑거철(螳螂車轍)이라는 고사성어를 연상케 한다. 자신의 역량을 생각하지 않고, 힘센 상대나 되지 않을 일에 무모하게 덤벼드는 것처럼 무모하고 어리석은 일이 또 어디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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