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부’ 언론은 길들이기 대상 아니다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5-08-05 12:2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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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애초 상법 개정안을 먼저 처리하려 했던 더불어민주당이 방송 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을 우선 상정하기로 한 것은 강경파 정청래 신임대표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사실상 ‘정청래 1호 법안’이다.


방송3법은 정 대표가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을 맡았을 때부터 공을 들여온 입법 과제로 법제사법위원장일 때도 적극적으로 추진했으나 전임 정부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번번이 좌절된 바 있다.


대체 방송3법이 무엇이기에 정청래 대표가 이토록 공을 들이는 것일까?


민주당이 추진하는 방송 3법은 법 시행 3개월 안에 KBS·MBC·EBS의 이사진·경영진 전체를 교체하는 것이 핵심이다. 새 이사진 임기는 최대 6년으로 규정해, 정권이 바뀌더라도 친민주당 이사진 구성이 계속되도록 했다. 사실상 언론을 장악하겠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국가권력은 물론 정당, 노조 등이 방송 편성 등에 개입하면 민주주의에 중대한 위해가 발생한다. 이건 상식이고 기본이다. 절대로 해선 안 되는 것이다.


그런데 방송법 개정안은 어떤가.


공영방송인 KBS(한국방송공사)의 이사회를 현행 11명에서 15명으로 확대하고, 이사 추천 주체를 국회 교섭단체(6명)·시청자위원회(2명)·종사자(3명)·방송 미디어 관련 학회(2명)·변호사단체(2명)로 다양화하는 게 주 내용이다.


이 법안이 시행되면 기존 사장과 이사진은 전원 교체된다. 또 사장 선출 시 지상파와 보도전문채널은 사장후보추천위원회(사추위)의 후보 추천을 거치고, 지상파·보도전문채널·종합편성채널은 모두 노사동수 편성위원회 미설치 시 과태료를 처분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공영방송의 경영권, 인사권뿐 아니라 방송 편성권마저 집권 여당의 우호 세력들이 나눠 갖겠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공영방송을 없애고 민주당 정권의 기관 방송을 만들겠다는 뜻 아니겠는가.


이게 과연 올바른 길인가.


지금 그렇지 않아도 이재명 정권은 행정 권력은 물론 입법 권력까지 장악한 상태다.


심지어 국회 윤리특위마저 여야 동수로 구성하기로 합의 것을 일방적으로 깨고 여당이 수적 위를 점하려는 음모를 꾸미고 있다.


이런 방식으로 대법원마저 장악하려 들 것이 불 보듯 뻔하다. 3권분립이라는 가장 기본적인 헌법 정신이 무너지게 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언론마저 손아귀에 거머쥐게 되면 이재명 대통령은 ‘총통’을 넘어서는 절대권력자가 되는 것이다.


그 누구도 그를 견제하거나 비판할 수 없게 된다. 나치당을 이끌면서 독일의 절대권력자가 된 히틀러가 연상되는 건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견제받지 않는 절대 권력은 부패하기 마련이고 그 부패의 끝은 히틀러처럼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그걸 바라는 것이 아니라면 언론만큼은 손대지 마시라.


그렇지 않아도 언론은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좌파 언론이 득세하는 상황이다. 심지어 법적 언론도 아닌 좌파 유튜버들이 버젓이 대통령실 출입 기자로 이름을 올리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그런 기세에 눌려 우파 언론은 제대로 목소리를 내기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그런데 방송3법으로 언론까지 장악해 버린다면 누가 이재명 정부의 독선에 비판의 목소리를 낼 수 있겠는가.


그렇게 하면 권력이 영원히 갈 것이라 믿는다면 오산이다.


권력은 영원한 게 아니다. 이재명 정권의 위세에 눌려 숨죽이던 불만의 목소리가 어느 순간 분출할 것이고 그 목소리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것이 자명하다. 그런 분노한 민심 앞에서 버틸 수 있는 권력은 없다.


국민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것이 언론의 본령이다. 그런 언론이 있어야 견제와 균형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행정부 입법부, 사법부에 이어 언론을 ‘제4부’라고 부르는 것은 그런 이유다.


그러니 이재명 정권은 언론을 사유화하려는 방송 장악 3법을 즉각 철회하시라. 이를 거부하면 비록 소수일지라도 정의로운 언론인들의 거센 저항에 직면할 것이다. 경고한다. 언론은 그대들의 길들이기 대상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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