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vs 일곱 000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5-11-12 14: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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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서울시장 선거는 ‘지방선거의 꽃’이라 불린다.


그 선거 결과가 사실상 지방선거의 승패를 좌우하기 때문이다.


입법부와 행정부는 물론 사실상 사법부까지 손아귀에 거머쥔 이재명 정권은 이제 마지막 관문인 지방정부를 장악하기 위해 혈안이다.


내년 6,3 지방선거에서 승리해야만 이재명 대통령이 꿈꾸는 ‘총통 체제’가 완성되는 까닭이다.


그런데 오세훈 서울시장의 아성이 너무나 견고해 무너뜨리는 게 쉽지 않다.


더불어민주당에서 이런저런 사람들이 서울시장 후보감으로 거론되고 있지만, 그 누구도 오세훈 시장의 적수가 못 된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그렇다.


그러다 보니 여의도 정가에선 ‘백설 공주와 일곱 000’라는 동화에 빗대어 ‘오세훈과 일곱 000’라고 꼬집는 소리가 나오기도 한다.


실제로 민주당 내에서 서울시장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인물은 전현희·박주민·박홍근·서영교·김영배 의원과 정원오 서울 성동구청장, 그리고 본인의 출마 의사 여부와 관계없이 거론되고 있는 박용진 전 의원 등 7명으로 숫자는 많지만 뚜렷한 강자가 없다.

 

만일 오세훈 시장과 압도할만한 강력한 주자가 단 한 사람이라도 있었다면 이렇게 많은 사람이 서울시장 공천장을 노리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주당에 비상이 걸린 건 이런 이유다.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도저히 오세훈의 장벽을 넘을 수 없다고 판단한 민주당이 생각해낸 전략이 바로 ‘오세훈 죽이기’다.


12일 국민의힘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지방선거기획단과 시도 광역단체장 간 연석회의’에 참석한 오 시장이 "정권과 민주당은 서울시정을 무도하게 공격하며 이른바 '오세훈 죽이기'에 본격 돌입했다"라며 "여당은 물론이고 총리와 장관까지 나서서 서울시를 일방적으로 매도하고 있다"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정치 브로커 명태균 씨를 국감장에 불러내 오 시장에게 타격을 입히려던 민주당의 계획은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그날 명 씨 입을 통해 쏟아진 기괴한 말들은 웃음거리가 됐고, 민주당 지지자들 사이에서도 ‘저런 사람을 증인으로 불러낸 민주당이 한심하다’라는 비판이 쏟아져 나왔다.


지난 지방선거에서는 생태탕 집 아들을 이용해 ‘생태탕’을 끓인 것처럼 이번에는 정치 브로커 명 씨를 활용해 ‘명태탕’을 끓이려고 했으나 되레 역풍만 맞고 말았다.


그런데도 정상적인 방법으로 선거에서 승리할 생각은 않고 시장 출마를 노리는 사람들이 벌떼처럼 달려들어 숫자의 힘으로 오 시장을 무너뜨리려 하고 있으니 한심하기 짝이 없다.


그것도 "종묘 앞 고층 건물 반대"라는 시대에 뒤떨어진 고리타분한 이슈를 들고 나왔다.


실제로 민주당 문화예술특별위원회 위원들은 11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세계문화유산 종묘 가치 보존을 위해 세운 4구역 일대 건물 높이 제한 계획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다.


이 자리에서 민주당 서울시장 공천장을 노리는 사람 7명 가운데 5명이 참석해 모두 돌아가며 오세훈 시장을 공격하는 한마디씩 했다.


그런데 들어보면 모두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들이다.


세운상가 일대는 60년이 다 되도록 판잣집 지붕으로 뒤덮여 폐허처럼 방치되어 있다.


이곳이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 그것도 서울의 중심지인 종로가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처참한 상황이다. 이런 흉물을 그대로 두는 것이 과연 타당한 일인가에 대한 고민이 전혀 없다.


더구나 서울시의 세운 4구역 재정비촉진사업은 종묘를 훼손한다는 주장도 터무니없다.


오세훈 시장은 “남산부터 종묘까지 쭉 뻗은 녹지 축이 생기면 흉물스러운 세운상가가 종묘를 가로막을 일이 없다”라며 “시원하게 뚫린 가로 숲길을 통해 남산부터 종묘까지 가는 새로운 길이 열리는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이 집단 린치를 가하면 가할수록 오세훈 시장의 위상은 오히려 더 커질 뿐이다.


정말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기고 싶다면 오세훈 시장의 앞길에 발을 걸고 넘어뜨릴 생각만 할 게 아니라 그가 내세운 청사진보다 더 멋진 청사진을 제시하면 된다. 그걸 못하니 반칙으로라도 이겨 보겠다는 것 아니겠는가. 집권 세력의 수준이 고작 이 정도라니 한심하기 그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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