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영제 딜레마로 수렁에 빠진 민주당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3-03-22 13: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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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여야 모두 하영제 국민의힘 의원의 체포동의안 표결을 앞두고 딜레마에 빠졌다.


하지만 상황은 더불어민주당이 더 심각하다. 마치 깊은 수렁에 빠진 모양새다.


앞서 노웅래 의원과 이재명 대표의 체포동의안을 거대 의석수로 밀어붙여 부결시킨 전적이 있어서다.


실제로 이번 체포동의안이 가결될 경우 민주당은 '내로남불'이라는 비판에 직면할 것이고, 부결시키면 '부패를 옹호했다'라는 국민적 비난을 받을 수밖에 없다.


창원지검 형사4부는 지난 20일 정치자금법 위반 및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하 의원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하 의원은 지난해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경남도의회 도의원 선거 예비후보자 공천을 도와주는 대가로 예비후보자 측으로부터 7000만 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여기에 자치단체장과 보좌관 등으로부터 지역사무소 운영 경비 명목으로 5750만 원도 받은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체포동의안이 국회에 접수될 경우 23일 본회의에 보고된 후 30일 본회의에서 무기명 표결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올해 들어 현직 국회의원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는 노웅래 민주당 의원,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이어 세 번째다.


그런데 169석의 거대의석을 가진 민주당은 자당 소속 의원들의 체포동의안을 두 번 모두 부결시키고 말았다. 그로 인해 민주당은 국민으로부터 ‘방탄 정당’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 소속 하영제 의원의 체포동의안을 놓고 표결해야 하는 난감한 처지에 놓인 것이다.


만일 여당 소속 의원이기 때문에 민주당이 ‘찬성표’를 던지면 어찌 될까?


당장 ‘내로남불’이라는 국민적 비판이 쏟아질 것이다. 민주당 의원들은 구속하면 안 되고 여당 의원들만 구속해야 하느냐 하는 국민의 질타가 줄을 이을 게 빤하다.


그렇다고 해서 ‘반대표’를 던지기도 곤란한 상황이다.


부패 혐의자를 옹호하는 것이냐는 여론의 질책이 따를 것이고, 특히 불체포특권을 내려놓으라는 국민적 압박이 가중될 것이다. 국회 차원의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난도 피하기 어렵다.


민주당이 안고 있는 이 같은 딜레마는 거대의석을 앞세워 두 번의 체포동의안을 부결시킨 ‘국폭(국회 폭력)’의 업보다.


이런 상황에서 만일 하 의원이 체포동의안 표결 결과와 상관없이 불체포특권을 내려놓고 자진 영장심사를 받으러 가면 어찌 될까?


민주당으로선 그야말로 최악이다. 이재명 대표와 하 의원의 행보가 대비될 것이고, 국민 여론은 민주당에 부정적으로 흘러갈 것이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텃밭인 영남권에서 공천을 받고 국회의원에 당선된 만큼, 하영제 의원은 당의 혜택을 크게 받은 사람이다. 그에 보은하기 위해서라도 하 의원은 ‘선당후사’ 차원에서 불체포특권을 스스로 내려놓는 결단을 해야 할 것이다.


혹시라도 억울한 면이 있다면 법원에 가서 당당하게 자신의 무고함을 주장하면 된다.


그런데도 하 의원이 이를 거부한다면 국민의힘은 체포동의안 찬성을 당론으로 정할 필요가 있다.


주호영 원내대표가 "의원들이 각자 헌법기관으로서 자율적으로 판단하되 우리는 여러 차례 불체포특권을 포기하겠다고 얘기했기 때문에 그런 차원에서의 결정이 있을 것"이라며 "사실상 당론이나 마찬가지"라고 강조했으나 그런 정도로는 안 된다.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더욱 강력한 조치가 따라야 한다. 이재명 체포동의안에 대해선 가결해야 한다면서 자당 소속 의원에 대해선 사실상 ‘자율 투표’에 방점을 찍는 것 역시 국민이 보기에는 내로남불일 뿐이다.


그래야만 하 의원도 불체포특권을 내려놓고 자진해서 영장심사를 받으러 가는 결단을 할 것 아니겠는가.


하 의원 체포동의안이 무조건 가결돼야 한다는 완강한 입장인 이정미 정의당 대표도 "(국민의힘은) 하 의원 체포동의안 처리에도 이재명 대표와 똑같은 잣대를 대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당이 이재명 대표에게 찬성표를 던졌던 것처럼 하 의원의 체포동의안에도 찬성표를 던져야 한다는 말이다. 이정미 대표의 주장에 전적으로 찬성한다.


거듭 말하지만 하 의원은 스스로 불체포특권을 내려놓고 자진해서 영장실질심사를 받으러 법원에 가고, 국민의힘은 체포동의안 찬성 의견을 당론으로 정해 민주당의 ‘국폭’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 그게 정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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