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상호 수석 역할이 막중하다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5-06-26 13:4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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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인사가 만사’라는데 이재명 정부의 인사를 보면 ‘인사가 망사’라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김민석 총리 후보자나 지명 닷새 만에 물러난 오광수 민정수석 등을 보면 국민은 눈살을 찌푸릴 수밖에 없다. ‘10억 원 횡재’ 논란의 중심에선 조현 외교부 장관 후보자 역시 마찬가지다.


하지만 우상호를 정무수석에 앉힌 것은 ‘신의 한 수’였다.


사실 그는 이재명 대통령 측근들이 여러 차례 그에게 전화를 걸어 정무수석을 맡아달라고 요청했으나 단호히 거절했었다.


사실 4선 의원 출신으로 민주당 원내대표까지 지낸 우상호 수석이 차관급에 불과한 수석을 맡는다는 건 격에 맞지 않는다. 더구나 장관급인 비서실장에 당내 후배로 나이도 11살이나 적은 강훈식 의원이 맡는 상황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그런데도 그는 이재명 대통령의 전화를 직접 받고 흔쾌히 응했다.


이렇게 해서 3선 출신 70년대생 강훈식 비서실장 밑의 4선 출신 ‘86세대’ 대표주자 우상호 정무수석 라인이 완성된 것이다.


이 대통령이 친명계가 아닌 사람을 정부 수석에 앉힌 것도 탁월한 선택이지만, 흔쾌히 응한 우상호 수석의 결단도 박수를 받을 만하다.


비명계 우상호 수석이라면 대통령실 내부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독선을 견제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대선 참패 이후 지리멸렬한 야당이 하지 못하는 역할을 그가 조금이라도 할 수 있다면, 그것은 대한민국을 위해 바람직한 인사이고, 성공한 인사라 할 수 있다.


불행하게도 윤석열 전 대통령은 그걸 못했다. 만일 윤 전 대통령이 측근들로 대통령실을 채우지 않고 자신에게 바른 소리를 할 수 있는 사람들을 기용했더라면 계엄령 선포와 같은 황당한 사건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고, 파면당하는 일도 없었을 것 아니겠는가.


비록 민주당이 무차별 탄핵 남발로 정부의 발목을 잡았더라도 계엄령 대신 그들을 더욱 설득하고, 하나를 양보해 둘을 얻어내는 정무적 판단을 내렸더라면 범죄피의자가 대통령이 되는 일은 없었을 것 아니겠는가. 그런데 윤석열 전 대통령 주변에는 그런 역할을 할 인물이 없었다.


그런 점에서 아쉬움이 크다.


우상호 수석은 이런 전철을 답습해선 안 된다.


여당의 분열을 막고 통합하는 것도 정무수석에겐 중요한 일이지만 그 못지않게 야당과 협치를 이루는 것 역시 정무수석의 중요한 역할이다.


이재명 대통령으로 인해 찢어진 여권 통합을 위한 그의 행보는 일단 성공적이다.


우 수석은 26일 비명계 전직 의원 모임인 '초일회'와 만찬 회동한다.


초일회는 지난 22대 총선 당시 컷오프(공천배제)된 전직 의원들로 구성된 모임으로, 당연히 이 대통령에 대한 반감이 깊을 수밖에 없다.


우 수석이 원외 인사들인 이들을 먼저 찾는다는 건 통상적이지 않다. 정권 출범 초기 정무수석은 정부 운영에 협조를 구하는 차원에서 국회 교섭단체를 먼저 찾는 게 통상적이다.


그런데 이들을 먼저 찾는 건 일단 여권부터 통합하고 보자는 그의 의지가 담겨 있을 것이다.


우 수석이 전날 오전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장관 유임과 관련, 반발하는 민주당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위원들을 만난 것도 그런 차원이다.


하지만 정무수석에게 그보다 더 중요한 역할은 야당과의 관계 개선을 통한 협치의 장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기획재정위원장, 문화체육관광위원장, 운영위원장, 예산결산특별위원장 등 5곳의 상임위원장이 공석이다.


국민의힘은 ‘다수 여당의 독주를 견제하기 위한 최소한의 균형 장치’라며 법제사법위원장과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을 야당에 넘겨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강경파가 득세한 민주당에선 지난해 합의한 ‘2년 임기 원 구성’ 원칙을 유지해야 한다며 상임위원장 배분 문제는 협상 대상이 아니라고 선을 긋고 있다.


이런 상태라면 민주당이 법사위원장과 예결특위위원장을 그대로 맡게 될 것이고, 야당과의 협치는 요원할 수밖에 없다. 그걸 우상호 정무수석이 풀어내야 한다.


그 두 개의 상임위원장 자리를 야당에 양보하고 대신 다른 위원장 자리를 가져오도록 당내 강경파들을 설득해야 한다는 말이다. 우 수석의 역할이 막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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