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 거부하는 李, ‘황제 대통령’ 꿈꾸나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5-03-05 13:5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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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윤석열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에서 최후변론을 통해 직무 복귀 시 임기에 연연하지 않는 개헌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피력하자 정치권에선 개헌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울림이 크다.


하지만 유력한 차기 대권 주자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요지부동이다.


이에 따라 낡은 87년 체제인 ‘6공화국’ 시대를 마감하고 새로운 ‘7공화국’ 시대를 열어야 한다는 외침이 공허한 메아리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윤 대통령이 화두로 던진 개헌론에 여야 원로들이 힘을 싣고 나서면서 정치권에는 공감대가 확산하는 모양새다.


실제로 여야 정치 원로들은 5일 개헌을 촉구하는 대국민 서명 운동을 시작했다.


전직 국회의원 모임인 대한민국헌정회는 이날 오후 2시 서울역 광장에서 헌법개정 범국민 결의대회와 서명 운동 발대식을 연다. 정대철 헌정회장과 김부겸·이낙연 전 국무총리, 김무성 황우여 전 대표 등 ‘나라를 걱정하는 원로모임’ 회원들이 함께한다. 헌법개정국민행동, 지방분권전국회의, 헌법개정여성연대 등 7개 시민단체도 서명 운동에 참여한다.


6일엔 헌정회와 민주화추진협의회가 공동으로 국회도서관에서 분권형 권력 구조 개헌을 주제로 토론회를 연다.


토론 주제 발표는 김진표 전 국회의장이 맡고, 손학규 전 바른미래당 대표와 이시종 전 충북지사, 여상규 헌정회 사무총장 등이 토론에 나선다. 7일엔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회장 유정복 인천시장)가 국회 의원회관에서 지방분권형 헌법개정 국회 대토론회를 개최한다.


국민의힘도 윤 대통령의 개헌 의지를 수용해 개헌특위(주호영 위원장)를 중심으로 개헌 논의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더불어민주당 일각에서도 개헌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비명계 대권 주자로 거론되는 김부겸 전 국무총리는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는 (개헌) 요구 자체를 본인(이재명 대표)이 외면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개헌을 거부하는 이재명 대표를 압박했다.


정대철 헌정회 회장은 전날 서울대에서 열린 개헌 토론회에서 “개헌의 국민적 요청이 어느 때보다 강한데 이번에도 개헌을 이뤄내지 못한다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면서 “이재명 대표 혼자만 ‘개헌’에 침묵하고 있는데 이 대표에게 압력을 가해야 한다. (이 대표를 설득해) 선(先)개헌, 후(後)대선을 치러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각종 여론조사에 이재명 대표가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는 것으로 나타나자 민주당은 “이대로 가자”라며 개헌 논의를 일축하고 있으니 문제다.


실제로 강유정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서면 브리핑을 통해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현 정치 위기의 근본 해결책은 개헌’이라고 언급한 것에 대해 “잘못은 내란 수괴가 했는데 왜 애꿎은 헌법 탓인가”라며 “헌법이 윤석열 내란수괴더라 내란 하라 시켰나”라고 따졌다.


그는 또 ‘개헌을 통해 여소야대 정국에서 대통령에 국회 해산권 부여하자’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거부권 남발로 입법부를 멈춰 세우더니 거부권 폭주로는 성에 안 차나 본다”라며 “그냥 멋대로, 닥치는 대로 계엄을 하고 싶다고 고백하라”고 성토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이 주장하는 개헌의 실체는 결국 윤석열의 내란을 정당화시키려는 눈속임에 불과하다”라고 비판했다. 한마디로 개헌 논의에 나설 생각이 없다는 뜻이다.


이대로 가면 이재명 대표가 임기 5년 대통령에 당선될 가능성이 큰데 굳이 임기를 1년 단축하는 대통령 4년 중임제 개헌이나 분권형 개헌을 통해 대통령의 권한을 약화할 필요가 어디 있겠느냐는 이 대표의 의중이 담겨 있을 것이다.


국회 해산권을 거부하는 이유는 지금 민주당이 국회에서 수적으로 압도적인 우위에 있는데 굳이 국회 해산권을 가질 필요성을 못 느끼기 때문일 게다.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가 개헌을 거부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이재명을 ‘황제 대통령’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정말 그렇게 된다면 이재명은 제왕적 대통령을 넘어 입법권까지 거머쥔 ‘황제 대통령’으로 군림할 게 뻔하다. 대한민국의 미래가 암울하다.


탄핵이 기각되거나 각하되면 다행이겠으나 만일 인용된다면 국민의힘이 과연 황제 대통령을 꿈꾸는 이재명을 넘어설 경쟁력 있는 대권 주자를 선출할 수 있을까?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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