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때리는 홍준표, ‘李 정부 첫 총리’ 꿈꾸나?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5-05-15 13:5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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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정계 은퇴를 선언한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연일 국민의힘을 향해 강도 높은 비판의 목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는 그런 홍 전 시장을 향해 적극적인 구애의 손짓을 보내고 있다.


이에 따라 혹시 홍준표가 이재명 정부에서 총리가 되는 새로운 ‘DJP(김대중-김종필) 연합’을 꿈꾸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그렇지 않고서야 아무리 대선 경선에서 패배해 화가나 탈당했다고 해도 자신이 당 대표에 대선 후보까지 지냈는데 ‘국민의짐’이라는 조롱까지 해가며 국민의힘을 비난하는 것은 그 정도가 너무 지나치다는 것이다. 이 후보 측 인사가 이달 초 어린이날·부처님오신날 연휴 기간 홍 전 시장 측에 연락해 홍 전 시장이 국무총리를 맡아줄 수 있는지에 대한 의사를 타진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물론 이에 대해 이 후보 측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선을 긋고 있으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실제로 홍 전 시장은 15일 소통 플랫폼인 ‘청년의꿈’에서 “그 당(국민의힘)이 내게 베풀어 준 건 없다. 박근혜 탄핵 이후 궤멸한 당을 내가 되살렸을 뿐”이라며 “노무현 전 대통령을 따라 민주당을 갔다면 이런 의리, 도리, 상식이 전혀 통하지 않는 당에서 오랫동안 가슴앓이는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경선에서도 사기 경선을 하는 것을 보고 내 청춘을 묻은 그 당을 떠났다. ‘국민의짐’에서 은퇴한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 지지자들이 국민의힘을 ‘국민의짐’이라고 조롱하는데 그 표현을 그대로 사용한 것이다.


앞서 홍 전 시장은 전날에도 “다급해지니 비열한 집단에서 다시 오라고 하지만, 정나미 떨어져 근처에도 가기 싫다”라며 국민의힘을 “도저히 고쳐 쓸 수 없는 집단”이라고 맹비난하기도 했다.


지난 13일 홍준표 지지자들(홍사모·홍사랑·국민통합찐홍·홍준표캠프SNS팀 등)은 이재명 지지를 선언하기도 했다. 국민의힘 대선 경선 당시 홍준표 정책통으로 활동했던 이병태 전 카이스트 교수는 과거 발언 때문에 민주당 중앙선대위로의 최종 합류는 불발됐으나, 이 후보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에 화답하듯 이재명 후보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홍 선배님 국가경영의 꿈, 특히 제7공화국의 꿈. 좌우 통합정부를 만들어 위기를 극복하고 전진하자는 그 말씀에 깊이 공감한다"라면서 "홍 전 시장께서 뜻을 펼치지 못하고 정계 은퇴를 선언하셔서 안타깝다. 미국 잘 다녀오십시오. 돌아오시면 막걸리 한잔 나누시지요"라고 ‘러브콜’을 보냈다.


홍 전 시장이 이재명 정부에서 총리가 되는 새로운 ‘DJP 연합’을 구상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그러나 이 같은 홍준표의 총리 꿈은 ‘한여름 밤의 꿈’으로 끝날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재명이 대통령에 당선되면 3권을 모두 장악한 ‘총통 대통령’이 되는데 굳이 홍준표와 연립정부를 만들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연합 정부는 나 홀로 정부를 끌어가기 어려울 때 하는 것인데 입법부의 지원을 받는 대통령이 뭐가 아쉬워 책임총리 같은 것을 두고 권력을 나누겠느냐는 것이다.


설사 홍준표를 총리로 임명하더라도 그건 어디까지나 대대적인 숙청을 위한 도구로 쓰이다 버려질 뿐이다.


실제로 이재명이 집권할 경우 '내란 단죄’라는 명목으로 구(舊) 여권 세력을 일시에 제거하려 들 것이다. 문제는 그걸 대통령이 직접 할 수는 없다는 점이다. 어쩔 수 없이 첫 총리가 총대를 메고 나서줘야만 한다. 그러자면 '정치보복' 프레임을 희석할 인물이어야 하는데 그 적임자가 바로 홍준표라는 것이다.


결국, 홍준표는 이재명 대신 ‘망나니칼춤’을 추는 역할을 맡게 될 것인데 그런 총리 자리가 홍준표에게 명예가 될 리 만무하다. 나중에 멍에가 될 뿐이다.


따라서 지금 국민힘을 향한 내부총질이 ‘DJP 연합’구상에 따라 이재명 정부의 첫 총리를 하겠다는 목적이라면 생각을 다시 하기 바란다. 그런 꿈은 아름답지도 않거니와 이루어지지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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