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탄핵 ‘만장일치 인용’ 예상 무너졌다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5-03-12 13:5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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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애초 정치권과 법조계에선 ‘전원일치 탄핵 인용’을 예상하는 의견이 우세했으나 윤 대통령 구속취소 결정 이후 그 누구도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울 만큼 상황이 급변했다.

헌법재판소가 오는 13일 감사원장과 검사 3인에 대한 탄핵심판 일괄 선고를 예고한 것도 심상치 않은 대목이다. 14일에 헌재가 윤 대통령 탄핵심판을 결정할 것이란 일반의 예측이 빗나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헌법재판소는 11일 오전 공지를 통해 최재해 감사원장과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조상원 4차장 검사·최재훈 반부패2부장 등 검사 3인에 대한 탄핵심판 결정을 오는 13일 오전 대심판정에서 진행한다고 밝혔다.

통상의 예로 비추어 볼 때 헌재가 이틀 연속으로 탄핵심판을 결정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즉 감사원장과 검사 3인에 대한 탄핵심판을 13일에 선고하고 그다음 날인 14일에 곧바로 윤 대통령 탄핵심판을 선고하는 일은 없다는 거다.

이게 무슨 의미인가?

헌법재판관들의 이견으로 윤 대통령 탄핵심판을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 아니겠는가.

헌재 헌법연구부장을 지낸 김승대 전 부산대 교수는 “소수 의견이 있어서 평의가 길어지고 선고가 늦어지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어쩌면 지금 재판관이 인용 5명, 기각이나 각하 3명 이렇게 갈려 있어서 결정하지 못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더불어민주당이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을 보류하고 있는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겸 경제부총리를 향해 "내란수괴 윤석열 대통령 못지않게 죄질이 나쁘다"라며 "나라를 혼란의 늪으로 밀어 넣은 최 권한대행도 단죄를 받아야 한다"고 으름장을 놓는 걸 보면 그럴 가능성이 커 보인다.

그러나 국무위원들이 모두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심판이 결론 나오기 전에 마은혁을 임명해선 안 된다고 반대하는 상황이다. 따라서 최상목 대행이 그런 반대 목소리를 외면하고 임명을 강행할 가능성은 전혀 없다.

따라서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가 그토록 목놓아 기다리는 윤 대통령 파면 선고가 내려지지 않을 수도 있다. 민주당도 이런 분위기를 감지한 것 같다.

민주당이 이날 헌재를 향해 신속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며 압박 수위를 끌어 올린 것을 보면 지금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걸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압박 방법도 각양각색이다. 단식 투쟁부터 삭발 시위, 도로 행진 등 모든 수단이 총동원되는 분위기다.

실제로 민주당은 11일부터 분산된 투쟁 장소를 광화문으로 옮겨 총력 투쟁에 나서기로 했다. 국회보단 광장에서 국민과 함께 규탄하는 것이 여론전 확산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 나온 결정이다.

개별 의원 차원에선 '삭발'을 통해 헌재를 압박했다. 11일 박홍배·김문수·전진숙 의원은 국회 본관 앞에서 '윤석열 조기 파면 촉구 삭발식'을 통해 헌재의 조속한 탄핵심판을 촉구했다.

심지어 '단식 투쟁'을 벌이는 야당 인사들도 있다.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지난 9일 첫 단식농성에 나서자, '윤석열 탄핵 국회의원 연대' 소속 박수현·민형배·김준혁 민주당 의원과 윤종오 진보당 의원이 동조해 단식 투쟁에 들어갔다.

그러나 민주당의 이런 압박이 탄핵 ‘기각’이나 ‘각하’ 쪽으로 기운 헌법재판관들의 마음을 돌려놓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법원이 공수처 수사과정의 적법성을 문제 삼아 윤 대통령 구속을 취소한 만큼, 헌재도 절차적 흠결 논란을 신경 쓸 수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심판 사건도 변수다. 한 총리 탄핵심판이 먼저 선고되면 윤 대통령 탄핵심판은 3월 말로 밀릴 가능성이 크다.

어쩌면 오는 26일 선고가 예고된 이재명 대표의 공직선거법 항소심보다도 더 늦어질 수도 있다. 만일 이 대표가 항소심에서도 1심처럼 피선거권을 박탈당하는 중형이 선고되면 윤 대통령 탄핵심판이 영향을 받게 될 것은 명약관화(明若觀火)하다.

결과적으로 대한민국이 자유민주국가 체제를 유지하느냐, 아니면 일극 체제 국가로 전락하느냐 하는 중요한 결정이 3월에 내려지는 셈이다. 국민이 윤 대통령 탄핵심판과 이재명 대표 재판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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