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재판중지법’은 대국민 선전포고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5-10-28 14:0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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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이재명 정부 출범 약 5개월 만에 '대통령 재판중지법'을 재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불어민주당에서 다시 터져 나오고 있다.


대법원으로부터 이재명 대통령 공직선거법 위반혐의 사건을 돌려받은 서울고등법원의 김대웅 법원장이 지난 20일 국회 법사위 국정감사에서 "이재명 정부 중에도 언제든지 재판은 기일을 잡아서 할 수 있냐"라는 야당 의원의 질문에 이론적으로 가능하고 현실적으로도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고 답변한 것이 발단이다.


즉 이 대통령 재판을 개별 재판부가 각각 헌법 84조를 해석해 중지했는데, 반대로 개별 재판부 판단에 따라 이 대통령 재판이 재개될 수 있다는 뜻이다.


헌법 84조는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않는다고 정하고 있다. 이른바 불소추 특권이다.


그러나 대통령 재직 중 형사소추를 할 수 없다고 규정하지만, 면제 범위를 '추가 기소'로 한정하는지, 재임 이전 이미 기소된 사건의 재판까지 포함되는지는 명확하지가 않다.


현직 대통령인 이재명 대통령 사례를 두고 법적 해석이 엇갈리는 이유다.


이재명 대통령은 당선 전 대장동·백현동 개발 비리, 대북송금 사건,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사건 등 8개 사건에서 12개 혐의로 기소돼 5개 형사재판을 받고 있었다.


그런데 서울고법 형사7부는 지난 6월 9일 대통령의 불소추특권을 규정한 헌법 제84조를 근거로 이 대통령의 재판 기일을 변경하고 추후 지정했다. 서울고법의 이 같은 결정 이후 서울중앙지법과 수원지법도 위증교사·대장동·대북송금·법인카드 의혹 등 이 대통령의 나머지 5개 재판을 줄줄이 중단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김대웅 법원장이 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재판 재개는 이론적으로나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게 아니라는 견해를 밝히자 화들짝 놀란 민주당에서 다시 재판중지법을 추진하자는 목소리가 분출하기 시작한 것.


이른바 '대통령 재판중지법'은 근거 조항인 헌법 84조에 적힌 '소추'의 범위를 '공소제기부터 판결 확정까지'로 명확히 밝히는 것이 골자다.


문진석 민주당 원내운영 수석부대표는 28일 국정감사 대책회의 후 브리핑에서 "재판중지법을 언제 처리할지는 야당과 사법부의 태도에 달렸다"라며 "거의 수면 아래로 내려가 있었던 재판중지법을 최근 국감에서 다시 살린 것은 사법부"라고 지적했다.


전현희 민주당 수석 최고위원은 "아예 입법적으로 명백하게 규정해서 이런 억지 주장을 못 하게 하자는 주장이 민주당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율사 출신인 민주당 이건태 의원은 전날 김어준 씨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헌법 84조를 근거로 재판중지를 규정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 계류 중"이라며 "정청래 대표에게 이것 빨리 통과시키자고 건의를 했다. 저희는 그렇게 추진할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밝혔다.


앞서 민주당 김용민 의원도 지난 26일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지난 5월 7일 법사위를 통과한 법을 국회 본회의에서 신속하게 처리하자"라는 취지의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 민주당은 이런 법안을 이미 한번 추진했던 적이 있다.


해당 개정안은 지난 5월 7일 국회 법사위 문턱을 넘었지만, 당시 민주당 원내지도부는 대통령실과 조율을 거쳐 국회 본회의 처리를 연기하기로 했다. 법원이 헌법 84조를 근거로 이 대통령 재판을 멈추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민주당은 왜 뒤늦게 다시 ‘재판중지법’을 추진하려는 것일까?


박상혁 민주당 의원은 이날 YTN 라디오에서 "벌써 몇달 째 계류 중이어서 법안을 처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라며 "국민이 만들어주신 대통령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재판중지법 재추진 목적이 ‘이재명 일병 구하기’라는 사실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셈이다.


그러나 이재명 대통령 한 사람을 지키기 위해 법을 마음대로 뜯어고치는 것에 대해 동의할 국민이 과연 얼마나 되겠는가. 이 대통령 재판중지법은 대국민 선전포고나 마찬가지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만약 민주당이 재판중지법을 통과시킨다면 그 즉시 이재명 정권이 중지될 것”이라고 경고한 것은 그래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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