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비대위냐 전대냐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5-06-11 14: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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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대선에서 패배한 국민의힘이 ‘정당 해산’을 당할지도 모르는 위기 앞에서도 길을 찾지 못한 채 우왕좌왕하는 모양새다.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의원은 11일 ‘해산의 법정으로 질주하는 국힘당’ 제하의 페이스북 글을 통해 “(국민의힘이)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에도 탄핵 반대 당론의 무효화조차 반대한다”라며 국민의힘 해산심판을 청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지난 3월 ‘당원인 대통령이 내란·외환죄로 파면되거나 형이 확정된 경우 정부(법무부)가 지체없이 소속 정당의 해산심판을 청구하도록’ 하는 내용의 정당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바 있다.


물론 법적 실현 가능성은 희박하다. 국민의힘은 제도권 정당으로서 위헌적 활동이 입증된 바 없기 때문이다. 단지 국민의힘을 향해 으름장을 놓는 것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이재명 정권이 특검 끝나면 정당 해산 절차에 들어갈 것”이라며 “각자도생할 준비나 잘하라"라며 호들갑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은 차기 지도체제를 놓고 말들이 많다.


하지만 귀담아 들을만한 말은 찾아보기 어렵다.


현재 당내에선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가야 한다는 주장과 새로운 당 대표를 선출해야 한다는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비대위 체제로 가야 한다는 주장도 여러 갈래로 나뉜다.


우선 6월 말로 임기가 끝나는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의 임기를 연장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이재명 정권이 국민의힘을 ‘내란 동조’ 정당으로 몰아 해산할지도 모르니 ‘윤석열 탄핵 반대’ 당론을 무효화해야 한다는 김 위원장에게 힘을 실어주어야 한다는 논리다. 최악이다.


김 위원장의 임기는 정해진대로 6월 말에 끝내는 게 맞다. 그의 임기를 연장할 이유도 없고, 그런 방식으로는 위기를 모면할 수도 없다.


비대위를 새롭게 구성한다면 오는 16일 오후 2시 의원총회에서 선출된 원내대표가 비상대책위원장을 지명하는 게 맞다.


비대위 체제를 유지한다면 입법부를 장악한 상태에서 행정부까지 장악하고 사법부마저 흔들어대는 이재명 정권의 폭압에 맞서 싸울 강단 있고 경륜이 풍부한 인사를 외부에서 영입해야 한다. 특히 민주당의 ‘내란 프레임’에서 자유로운 인사라야 한다. 이번 대선에서 백의종군을 선언하며 김문수 후보를 전폭적으로 지원한 손학규 전 바른미래당 대표가 그 적임자다. 그를 영입할 수만 있다면 전열을 정비해 내년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 승리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다만 그가 봉숭아학당과 같은 지금의 국민의힘에 발을 담그려 할지는 의문이다.


그러다 보니 일각에선 적당히 내부에서 한 사람을 지명해 관리형 비대위원장을 앉히자는 주장이 나오는 데 이것 역시 최악이다. 그런 체제로는 이재명 정권의 횡포에 맞서 싸울 수 없다.


그럴 바에는 전당대회를 실시하고 새로운 당 대표를 선출하는 게 백번 낫다.


대선 당시 김문수 후보를 지지했던 사람 중에선 ‘김문수 추대론’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있는 데 이것 역시 답이 아니다.


이재명 일극 체제가 완성된 민주당에서도 이재명을 추대하지 않고 형식적이나마 경선을 치르는 모양새를 갖추었는데 대선에서 패배한 정당이 패배한 후보를 당 대표로 추대하자는 건 어불성설이다.


그렇다고 해서 ‘김문수 불가론’이 옳다는 건 아니다.


김 전 후보는 비록 대선에서 패배했지만, 계엄과 탄핵이라는 악조건 속에서도 선전해 40%대의 비교적 높은 득표율을 기록했다. 따라서 그에게 전적 대선 패배의 책임을 물어선 안 된다.


그리고 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게 정치적 도리라는 등식이 깨진 지 이미 오래다.


홍준표는 19대 대선 당시 득표율 20%대로 참패했음에도 곧바로 이어진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권을 거머쥔 일이 있다. 한동훈도 22대 총선 당시 비대위원장이 되어 전면에서 선거를 이끌다가 참패했으나 반성과 숙의 과정 없이 곧바로 이어진 전대에 출마해 당권을 거머쥐었었다.


따라서 김문수 후보에게만 출마하지 말라는 건 지나치게 가혹하다. 그가 당 대표 경선에 출마하겠다면 막을 수도 없고 막아서도 안 된다.


과연 국민의힘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중요한 것은 자신의 정치적 야욕과 계파의 이익보다도 당을, 그리고 국가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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