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희 개인전 <벽화, 신과 함께> 21일부터 동덕아트갤러리에서 개최

이승준 기자 / issue@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2-12-19 15:3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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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정희, (좌) <신과 함께Ⅰ>, 건식 벽화, 안료, 120×91cm 이정희, (우) <잎은 얘기한다>부분, 건식 벽화, 안료, 각 80×40cm. (사진제공=이정희 작가)

 

[시민일보 = 이승준 기자] 이정희 작가 개인전 <벽화, 신과 함께>가 오는 21일부터 26일까지 동덕아트갤러리 A, B홀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에서 건식 벽화기법으로 민화를 재해석한 신작을 대대적으로 선보일 예정인데 크리스마스와 송년을 맞아 갤러리를 찾는 시민들이 좋은 작품을 감상할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건식 벽화란 바탕재가 마르고 난 뒤, 그 위에 그림을 그려 완성하는 벽화를 말한다. 작업 판에 흙을 올려 원하는 모양을 만들고 건조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균열이 생기면 이를 메우는 과정을 여러 차례 반복한다. 

 

표면에 균열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흙을 치밀하고 평평하게 쌓아야 하기에 바탕 작업만 평균 열흘가량 소요된다. 이후 표면을 백토 처리하고 수성 안료 등으로 채색한 뒤 코팅으로 작품을 마무리한다.

이처럼 바탕 작업부터 수고로움을 요구하는 데도 굳이 벽화기법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 작가는 “신과 함께하는 우리네 인생과 닮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벽화 속 균열을 바라보다가 우리와 함께하는 신의 존재가 떠올랐어요. 사람들은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생겨나는 균열을 다양한 방식으로 메우려고 노력한다. 그런 과정에서 인간은 자연스레 신을 탄생시켰다고 생각한다”

전시는 두 가지 맥락으로 구성된다. 하나는 동시대에 함께 살아가는 민화 속 신들의 모습, 다른 하나는 신이 주는 위로와 희망의 메시지다.

먼저 <신과 함께Ⅰ>는 여행을 하는 엄마와 아들의 모습을 그린 작품이다. 우리 옛 그림인 군선도에 나오는 여(女)신선과 동자(童子)를 지구 반대편인 스페인 세비야 광장에 배치하는 과감한 시도를 했다. 

 

여행 중에 우연히 스치는 사람들 모두가 신과 같은 존재라는 의미가 담겨있다. 세상의 모든 엄마에게 여행은 휴식과도 같은 것이지만 언제 어디서든 아이들은 엄마와 결코 떨어질 수 없는 관계라는 점도 다시금 깨닫게 한다.

또 다른 작품 <잎은 얘기한다>는 통상 꽃과 줄기를 아름답게 표현한 여느 나무 그림과 달리 잎을 주인공으로 삼았다. 잎들이 있기에 꽃이 피고, 우리는 계절을 알 수 있다. 

 

언제나 우리의 그늘이 돼주고 눈의 피로를 말끔히 씻어주며 삶을 보다 운치 있게 만들어주는 나뭇잎은 우리에게 가만히 속삭인다. “신과 같이 우리도 늘 당신 곁에 있다”고.

작가는 전시를 준비하며 신은 우리 곁에 있다는 말을 실감할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작업을 하다 난관에 봉착했을 때 주변의 많은 사람이 도움을 줬다. 그들이 나에겐 신이었으며 고마운 안내자였다. 작업은 고단했지만, 마음가짐을 다잡고 새로이 배울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정희 작가는 동덕여자대학교 미래전략융합대학원 민화학과 석사 과정, 가회민화아카데미 16기 과정을 수료했다. 현재 (사)한국민화협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지난해 서울 단디갤러리에서 첫 번째 개인전 <바라봄>을 개최한 데 이은 두 번째 전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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