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햇살] MB의 불호령, 어찌하란 말인가

고하승 / / 기사승인 : 2010-03-24 12:3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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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이명박 대통령이 뭔가 대단한 착각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이 대통령은 지난 23일 국무위원들에게 불호령을 내렸다.

4대강 사업 등 주요 정책 사업에 전 국민이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데도 국무위원들이 소극적인 자세로 일하고 있다는 것.

실제 이 대통령은 이날 "정부 주요 정책이 충분히 설명되지 않았다"면서 국무위원들을 향해 강도 높게 질타했다.

이날 국무회의는 당초 정운찬 총리 주재로 열릴 예정이었지만 이 대통령이 내각의 기강을 잡기 위해 직접 주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이 대통령은 지난 16일에도 같은 취지로 청와대 참모들을 질책한 바 있다.

특히 이 대통령은 과거 서울시장 재직 당시 상황을 들어 "청계천 복원과 버스전용차로도 (추진 당시) 상대 당이 서울시장을 사퇴하라고 공격하곤 했다"면서 적극적인 설득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주요정책 사업을 국민들에게 충분히 알려야 한다는 이 대통령의 말은 백번 맞는 말이다.

그런데 4대강 사업을 추진하기 이전에 이 대통령은 국민들에게 4대강 사업의 필요성과 정당성을 설명하려 든 적이 있는가.

아니다. 국민들이 완강히 반대하는데도 이 대통령 고집대로 이를 밀어붙이고 있는 게 문제다.

따라서 국무위원들에게 불호령을 내리기 이전에 먼저 자신의 독단적인 국정운영태도를 반성하는 게 옳다.

더구나 청계천 복원 사업과 4대강 사업이 진행되는 상황을 같이 비교하는 것은 코미디다.

지금의 야당이 당시 청계천 복원 사업을 반대했다고 하지만, 그 목소리는 그리 크지 않았다. 서울시민들이 청계천 복원에 적극적인 지지를 보냈기 때문이다.

실제 청계천 복원 이전인 지난 2002년 3월 <한겨레>가 리서치플러스연구소에 맡겨 서울시민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29.2%는 ‘매우 찬성’, 45.4%는 ‘찬성하는 편’이라고 밝혀 모두 74.6%가 찬성의사를 밝혔다.

반면 ‘매우 반대’ 5.8%, ‘반대하는 편’은 17.6%로 반대 의견은 고작 23.4%에 불과했다.

즉 청계천 복원에 대해서는 서울시민들이 적극적인 지지를 보냈기 때문에 소수의 반대 목소리는 그대로 묻힐 수밖에 없는 그런 상황이었다.

학자·전문가들과 시민단체 활동가들마저 이명박 당시 서울시장이 구성한 청계천복원 시민위원회에 대거 참여했을 정도다.

하지만 4대강사업은 다르다.

MBC가 코리아리서치센터에 의뢰해 지난해 11월 15일 실시한 조사(성인 1000명 대상 전화여론조사)에서 75.3%가 전면 중단 또는 대폭 축소 의사를 밝혔다.

그 다음날 사회여론조사연구소가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는 더욱 부정적이다.

‘네 개 중 한 개강만 시범적으로 실시한 후 확대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39.3%, ‘4대강 사업을 전면 중단해야 한다’ 37.0%로 축소 또는 전면 중단해야 한다는 응답자가 무려 76.3%에 달했다. 반면 ‘네 개의 강에 대해 동시에 사업을 시작해야 한다’는 17.1%에 그쳤다.

우리나라 국민 10명 중 무려 7명이상이 4대강 사업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밝히고 있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청계천은 10명 중 7명 이상이 찬성하는 사업이었고, 4대강 사업은 10명 중 7명 이상이 반대하는 사업이인 셈이다. 따라서 비교대상 자체가 안 된다.

어쩌면 이것은 ‘청계천 학습 효과’일지도 모른다.

청계천을 자신의 시장 임기 내 완공시키려는 욕심 때문에 제대로 된 생태계 복원이 이뤄지지 않았다. 거대한 콘크리트 어항을 만든 것과 다를 바 없는 졸속복원이 이뤄진 것이다.

즉 청계천을 복원한 것이 아니라 건설한 것이라고 보면 맞을 것이다.

이로 인해 지금 청계천에서는 녹조류가 발생하는가하면, 물이 썩는 등 각종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제대로 생태계 복원이 이뤄진 양재천과 비교할 때 청계천은 낙제점이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 국민들은 청계천 복원사업처럼 4대강 사업을 자신의 임기내 완공시키려는 욕심 때문에 졸속으로 진행해 엄청난 재앙을 가져올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을 설득하라고 아무리 국무위원들을 다그쳐도 해법이 없다.

유일한 해법은 오직 국민의 뜻에 따라 4대강 사업을 전면 중단하거나 축소하는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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