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햇살] 개헌 좋다. 그러나 4년 중임제다

고하승 / / 기사승인 : 2010-04-06 15:5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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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민주당 이강래 원내대표는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가 개헌특위 구성을 요구한 것과 관련, “한나라당 내부의 특정인을 배제하기 위한 권력투쟁의 성격을 띤 개헌”이라고 비판했다.

이 원내대표는 6일 원내대책회의를 통해 “어제 안 원내대표는 지방선거가 끝나자마자 개헌에 돌입하기 위해 이번 4월 국회에서 개헌특위를 구성해야 한다고 했는데 지금 상황에 맞지 않는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이어 그는 “한나라당 내부에서 내각제로 갈 것인지 분권으로 갈 것인지 분명한 입장을 갖고 개헌특위를 요구해야 실질적인 논의가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즉 한나라당 친이계의 개헌논의는 차기 유력 대권주자인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를 겨냥한 것이라는 게 그의 판단인 것 같다.

필자 역시 같은 생각이다.

아마 모르긴 몰라도 우리나라 국민 가운데 상당수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다.

그럼, 친이계가 생각하는 개헌의 방향은 어느 쪽인가.

이명박 대통령의 복심으로 통하는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의 발언을 추적해보면, 친이계가 어떤 개헌을 원하는지 쉽게 파악할 수 있다.

그 답은 분권형 대통령제, 즉 이원집정부제다.

실제 그는 줄곧 “‘분권형 대통령제’가 권력의 분산과 국민 앞에 책임지는 정치를 위해 적합하다”고 주장해 왔다.

또한 그는 “분권형 대통령제는 의원내각제의 단점을 극복하고 동시에 승자독식과 같은 대통령제가 지닌 문제점을 절충적으로 극복하는 것이 장점”이라고 말하는 등 ‘분권형 대통령제’를 적극 홍보하기도 했었다.

반면,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선호하고 있는 대통령 4년 중임제에 대해선 “현 제도의 문제점을 피해갈 수 없는 제도”라고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낸 바 있다.

따라서 전날 안상수 원내대표가 개헌논의를 제안한 것은 분권형, 즉 이원집정부제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면 맞을 것이다.

친이계가 이처럼 이원집정부제에 목을 매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강래 민주당 원내대표의 지적처럼, 당내 차기 유력주자인 박근혜 전 대표를 배제하기 위함일 것이다.

그러고 보니 참으로 이상한 현상이 아닐 수 없다.

‘박근혜’라고 하는 분명하고도 강력한 차기 대권주자가 있는 한나라당에서는 그를 배제하려하고, 오히려 상대당인 민주당에서 이를 우려하고 있으니 정말 희한한 일이다.

대체 왜,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나는 것일까?

혹시 이명박 대통령과 친이계는 박 전대표가 차기 강력한 실권을 가진 대통령이 된다는 사실에 대해 두려움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닐까?

아무래도 그런 것 같다. 그렇지 않고서야 재집권이 유력한 같은 당 소속의 대권주자가 있는데도 굳이 국민이 원치 않는 이원집정부제를 고집할 이유가 없지 않는가.

안상수 원내대표는 이원집정부제에 대해 “국민에 의해 직접 선출되는 대통령과 의회의 신임을 기반으로 하는 총리가 함께 통치하는 체제”라며 ‘공동 통치’를 강조하고 있으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은 사실상 ‘허수아비’에 불과하고, 국회의원들이 선출한 총리가 실질상의 모든 권한 을 갖는 제도다.

이 제도는 문제가 많다.

오히려 현재의 대통령 단임제보다 정치불안을 더 심화시킬 위험이 있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이 장악하고 있는 한나라당의 총선승리가 결국 이 대통령의 장기집권을 용인해준다는 점에서 매우 위험한 제도가 아닐 수 없다.

즉 국회 다수를 점하고 있는 한나라당 소속 국회의원들이 사실상의 전권을 가진 총리에 이 대통령을 앉히려 할 경우, 이를 막을 수 없다는 것이다.

더욱이 남북분단 상황에서 정권쟁탈, 유지를 위한 추악한 소용돌이가 국가의 근본을 위태롭게 할 수가 있다는 점에서 이원집정부제는 시기상조다.

이런 면에서 대통령 4년 중임제가 바람직하다.

사실 정권의 부패와 타락, 특히 대통령권력에 대한 입법부의 견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은 대통령과 국회의원 등이 헌법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데서 비롯된 것이지, 결코 제도의 잘못은 아니다.

즉 그 제도를 운영하는 사람이 문제지, 제도 때문에 정권이 부패하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거듭 말하지만 개헌 논의 좋다. 그러나 그 방향은 어디까지 대통령 4년 중임제여야 한다.

국민이 그걸 원하고 있으며, 각종 여론조사 결과가 이를 여실히 증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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