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자원公, ‘MB 4대강 문서 원본’ 무단파기 시도

여영준 기자 / yyj@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18-02-12 16:2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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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안부 국가기록원 발표
“파기 심의 절차 안 거쳐”
고의 누락 여부는 미확인

▲ 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과 손잡고 김대중 전 대통령을 뒷조사하는 비밀공작에 관여한 의혹을 받는 이현동 전 국세청장이 12일 오전 서울중앙지법에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사진제공=연합뉴스)
[시민일보=여영준 기자]한국수자원공사가 이명박 정부 당시 작성한 ‘4대강 사업’ 자료가 포함된 원본 기록물을 무단 파기하려다 적발됐다.

행정안전부 국가기록원은 12일 “수자원공사가 기록물 원본을 폐기업체로 반출해 무단 파기하려 한다는 제보를 접하고 현장에서 407건의 기록물을 확보해 파악해본 결과, 이 중 302건이 기록물이 원본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국가기록원에 따르면 해당 기록물들은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공공기록물법)’에 따라 등록해야 하는 공공기록물로, 이를 파기할 시에는 심의 절차를 거쳐야 하지만, 수자원공사는 절차를 지키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세부적으로 국가기록원은 원본기록물로 확인된 302건은 결재권자 서명이 수기(手記)로 기재돼 있어 누가 봐도 기록물 원본으로 볼 수밖에 없는 문건들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무단파기 대상에 오른 302건의 원본기록물 중에는 ‘소수력발전소 특별점검 조치결과 제출’과 ‘해수담수화 타당성조사 및 중장기 개발계획 수립’ 등을 비롯해 수자원공사가 국토해양부(현 국토교통부)의 ‘4대강 살리기 추진본부’로부터 받은 기록물이 포함돼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수자원공사가 302건과 함께 무단 파기하려 했던 문건 중에는 수기 결재는 없지만 ‘대외주의’가 표기된 ‘경인 아라뱃길 국고지원’ 보고서나 수자원공사 경영진에게 보고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바이스(Vice) 보고용’이라는 문구가 있는 기록물도 있었다.

대통령을 뜻하는 ‘VIP 지시’ 문구가 담긴 ‘경인 아라뱃길 국고지원 보고서'는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0년 6월을 전후해 작성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해당 보고서에는 경인 아라뱃길 사업에 5247억원의 국고를 지원하는 계획과 함께 국고지원을 하더라도 ‘1조원 이상’의 손실이 발생할 것이라는 의견도 적시됐다.

특히 국가기록원은 수자원공사가 같은 제목의 보고서를 공공기록물로 등록했지만, 그 보고서는 1조원 이상의 손실이 발생할 것이라는 의견이 빠진 ‘다른 버전(version)’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국가기록원은 수자원공사가 생산 과정에 있는 문서는 원칙적으로 기록물로 등록해야 한다는 법 규정을 어긴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국가기록원은 이를 고의로 누락한 것인지, 우발적 실수로 등록을 하지 않았는지는 조사권한이 없어 확인하지는 못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수자원공사는 지난해 국가기록원의 실태조사에서 2016년 12월 경기 과천에서 대전으로 이전하면서 폐기목록조차 남기지 않고 폐지업체를 통해 서류를 없앤 사실 등이 드러나 지적받은 바 있다.

또 지난 1월9일 '2017년 주요 기록물 관리 실태점검'에서 기록물 무단 파기로 인한 지적을 받았으며, 이는 국무회의에도 보고된 상황이지만 또다시 기록물 무단 반출과 파기를 감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국가기록원은 수자원공사가 지난 1월9~18일 총 5차례에 걸쳐 반복적으로 기록물 반출·파기를 했으며, 이 중 1~4회차에서는 총 16톤 분량, 1회 평균 4톤 분량의 기록물이 폐기목록 작성이나 심의 절차 없이 파기된 것으로 확인했다.

그런 중 지난 1월18일 다섯번째 자료 파기 시도 중 이를 위탁받은 한 용역업체 직원이 반출 서류 중 ‘4대강 업무바인더(철)’ 등이 있는 것을 확인하고,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의원에 제보하면서 무단파기 행각이 들통 났다.

이후 국가기록원은 제보 이후 현장에 직원을 보내 무단 반출된 서류에 대한 폐기 중지, 봉인 등의 조치를 한 뒤 원본 여부를 확인해 왔다.

향후 국가기록원은 수자원공사에 대한 감사를 진행하고 있는 국토교통부와 시민단체의 의뢰를 받아 수사 중인 경찰 등 관계기관에 기록물 파기 관련 자료를 제공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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