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경병, 할말은 한다] 본회의 쇼 그만하자

시민일보 / siminilbo@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2-10-13 09:5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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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경병 전 국회의원


임시 국회의 운영 방식을 바꾸자


국회 운영에서 정기 국회도 그렇지만 정말 문제는 임시국회다. 그 기간만 해도 1년 중에 3분의 2 정도를 차지하는데, 내년에도 그동안의 관행을 되풀이하며 비생산적인 한 해를 보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우리 국회는 9월에서 12월까지 열리는 정기 국회에 이어 임시 국회를 2, 4, 6, 8월에 열어 운영한다. 여기에 더해 1, 3, 5, 7월에도 국회가 열리는 일이 상례화 되면서 상시적 국회 운영이 이루어지고 있는 셈이다.


그렇지만 막상 국회 운영의 실상을 살펴 보면 너무 허술하고 잘못된 구석이 많다. 특히 국회의 ‘회기와 정기/임시 국회를 언제한다’는 정도만 규정되어 있지, 세부 일정은 의원들, 특히 정당 지도부에 의해 임의적이고 자의적으로 결정되어 운영되는 경향이 일상적이다.


임시 국회가 열리고 나서도 문제다. 통상적인 임시 국회는 1달 동안 열린다. 그런데 4주 간의 기간 중에 1째주를 여야 간의 일정 협의에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다. 그러다가 금요일이 되면 본회의를 딱 한 차례 열어 전원이 참석한 가운데 개회 선언만 하고는 끝낸다. 개회식날 국회의원들은 본회장에 모여 개회를 선언한다는 국회의장의 짧은 말과 그 후 내려치는 방망이 소리만 듣고 나면 그걸로 끝난 채 흩어진다. 이걸로 1주가 다 지나간다.


2째주는 정당별 대표 연설이 있다. 매일 정당별 대표 1명의 연설을 듣는 것이 일정의 전부다. 또 이걸로 1주가 다 지나간다. 3째주는 대정부 질의를 한다. 하루에 국회의원 12명 정도가 국무총리를 비롯한 장관들에 대한 질의를 하루 내내 한다. 대다수 의원들은 국민의 따가운 눈초리를 의식해 자리를 지키기는 하지만 그저 지켜보는 것이 일일 뿐이다. 또 이걸로 1주가 다 지나간다.


마지막 4째주에는 상임위원회를 열어 법안, 예산, 정책심의를 한다. 그리고는 통상 그 주 마지막날과 그 전날 2일 동안 본회의를 열어 법안을 비롯한 중요한 의결사항들을 통과시킨다. 국민 입장에서 보자면 4주째 일정이 가장 중요하다. 앞의 3주간은 정말 보이기 위한 본회의 중심의 국회일 뿐이지 내실은 없다고 봐야 한다. 게다가 따지고 보면 4째주조차 심도 깊은 제대로 된 활동은 기대하기 어렵다.


분명한 사실은 이러한 임시 국회의 운영을 고쳐야 한다는 점이다. 국회가 국민이 원하는 정치와 거리가 한참 먼 현 실태를 전면 손질해 바로 잡아야 한다. 국민이 원하는 정치란 ‘일하는 국회’가 요체라 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국회의 운영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할 때가 온 것이다.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지경까지 와 있기도 하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될까.


보여주기식 본회의 쇼부터 당장 그만두어야 한다. 정당 대표 연설이라지만 개인 혼자 보좌진 몇 사람과 논의해 발표하는 연설이 대표성을 가지고 대국민 영향력을 가지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여야를 비롯해 논란만 일으킬 뿐 진정한 효과는 기대 난망이다. 대정부 질문도 한두 명이 지나고 나면 주제와 내용이 거의 비슷해 지면서 앵무새 읊듯 할 뿐이다. 이후 논란과 여야 대치를 불러오는 것은 정해진 수순이나 다름없고, 의원들이 본회의장에서 하루 종일 버티느라 다수의 빈 자리, 의원들의 조는 모습, 휴대폰을 보다가 각종 사고나 치는 일이 다반사로 벌어지기 마련이다.


미리 1년 전에 임시 국회의 운영 일정을 정해둔 채 국회 달력까지 나오도록 해야 한다. 그에 따라 여야 간 1달 간의 일정을 놓고 줄다리기를 벌이는 협의 자체를 없애야 한다. 외국이 다들 이렇게 한다. 정당 대표 연설과 대정부 질의는 기본적으로 폐지하는 것이 맞다. 굳이 유지하려면 당 대표 연설은 연초 1회 또는 연초와 정기국회 때로 국한하는 한편 대정부 질문은 영국이나 일본 등에서 하는 것처럼 회기 중에 1주일 중 하루를 정해 1회 1~2시간 정도 진행하면 충분하다. 극히 형식적이거나 소비적인 대표 1인 연설이나 논쟁 수준의 본회의 질의를 위해 그 아까운 정치 일정을 다 보내버리는 정치 낭비가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일하는 국회를 만들려면 지금과 같은 본회의 중심 체제가 아니라 상임위원회 중심 체제로 바꿔야 한다. 특히 임시 국회가 시작되면 첫 날부터 상임위원회 별로 정책 소위를 설치해 심도 있는 법안, 예산, 정책심의를 벌이는 한편 4째주에는 그동안의 논의 결과를 토대로 상임위 의결과 본회의 통과를 위한 처리 절차를 진행해야 맞는다.


내년에 당장 국회운영제도개선 특별위원회를 설치해 2024년에 출범할 22대 국회부터는 일하는 국회 운영에 맞춘 근본적인 혁신을 이끌어내 다음부터라도 정상적인 국회로 출발할 수 있도록 고쳐 국민의 신뢰를 열어가는 초석을 다져야 할 것이다. 만일, 이 일을 못해 내면 22대 국회 역시 지금처럼 국민의 불신과 비난에 시달리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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