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경병, 할말은 한다] K-국회

시민일보 / siminilbo@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2-12-26 10: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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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경병 전 국회의원



과이불개(過而不改), 즉 잘못이 있어도 고치지 않는다는 말로 한 번쯤은 들어본 적이 있는 말일 것인데, 우리 국회에 적용하면 딱 맞는 말이다. 잘못을 저질러도 여당은 ‘이전 정부가 더 잘못했다“고, 야당은 ’야당 탄압‘이라며 상대 탓으로 돌리고 도무지 고치려 들지 않는다. 여기에다 일부 국민들까지 가세하고 있다. 지지층의 고정화와 결집이 강화되면서 거의 맹목적으로 지지하는 대선후보와 정당을 선호하는 반면에 반대 유력 후보와 정당에 대해서는 아예 부정하다시피 거부적인 입장을 드러내고 있다.


대한민국은 세계 10위 수준의 국력을 가진 상황에서 2020년대를 거치면서 선진국 반열에 올라섰다. 그동안 외국에서는 대기업들의 활약이 단연 돋보인 가운데 ’한류‘라 하여 K팝, 한국영화, 한국드라마(한드), 한식(K-푸드), 게임·웹툰, K-뷰티 등이 맹렬한 기세로 확장되고 있다. 우리 국민들은 이러한 현실 속에 한국 정치만 제 역할을 하면 좋겠다는 말을 많이 한다. 전 국민이 정치 전문가라 할 정도로 정치적 관심이 높다 보니 상당히 구체적으로 불신과 분노를 드러내고 있다.


필자가 지역 주민들을 비롯해 주변 지인 등 많은 분들이 하는 말씀을 가만히 들어보면 우리 국회에 바라는 희망사항은 의외로 간단하다. ”제발 좀 싸우지 말고 국정운영을 잘해 달라“는 것이다.


사실 국민의 대표자로서 정치를 이끌어가는 주체는 대통령과 국회의원이다. 그런데 국민들은 대통령을 국정운영의 주체로 인식하는 반면, 의원들이 현실 정치를 좌우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결국 의원이 정치적 역할을 제대로 잘 수행하는 일이 과제가 되는 셈이다. 어느 듯 새해가 밝아온다. 내년에라도 국회가 정상화 되기만을 바랄 뿐이다. 그러자면 크게 두 가지 국면으로 평가해 볼 수 있겠다.


1째 국회의 정통성이다. 1948년 제헌의회가 출범한 이후 2020년 4월 21대 국회가 구성될 때까지 나름대로 유구한 역사적 전통을 이어와 기본적인 여건은 갖추고 있는 셈이다. 다만 향후로도 민주주의의 근간을 이루는 선거 부정이 없도록 하고, 선거 결과에 깨끗하게 승복하는 미덕의 관행이 이어져야 할 것이다. 여기에 더해 새로운 시대의 주역이 될 만한 일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서 국민의 신뢰와 사랑을 받으면서 정통성을 두텁게 쌓아갈 수 있으리라 본다.


2째 국회의 정당성이다. 대한민국의 수립 이후 건국, 산업화, 민주화, 선진화 등의 시대적 과제를 이루어내며 자랑스러운 현대사를 이룩해왔다. 그 과정에서 정치가 한 일정한 역할을 부정할 수는 없다. 다만 앞으로는 가장 선두에 서서 한국 사회를 이끌어가는 견인차로서의 자격과 역량을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특히 어떠한 정쟁을 벌이더라도 국정운영 만은 차질없이 진행하는 모습을 지켜야 한다.


여기에 더해 한국 정치에서는 국회의원이 국민이 원하는 수준으로 그 눈높이에 맞추는 노력이 절실하다. 특권을 청산하고 일하는 국회로 변모시켜야 하며 ‘열린 깨끗하고 일하는’ 국회로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국정운영 만은 차질없이 진행하지 않을 수 없도록 제도화해 스스로를 자기 구속해서라도 지키도록 해야 한다. 글로벌 혼돈의 시대에서 4차 산업혁명의 완수와 희망찬 미래로의 선도를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그 과정에서 미래의 주역인 청년들에게 ‘이 나라는 공정해서 나만 잘하면 된다’는 생각을 심어주어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과 함께 소득 주도 성장이라는 비전을 제시하며 그 1호 정책으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추진했다. 그러나 2020년의 ‘인국공(인천국제공항공사) 사태’, 즉 비정규직인 인천국제공항공사의 협력업체 소속 보안검색원 1900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밀어붙이자 기존 정규직 직원과 취업 준비생 청년층이 집단 반발했다. 이후 2030세대가 문 정권에 등을 돌리면서 2021년 보궐선거, 2022년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잇달아 참패하면서 정권까지 내주어야 했다.


현재 청년들은 그 자신의 능력에 따라 평가받기만을 바란다. 그렇지 않으면 참지 않은 채 격렬하게 반응한다. 이런 까닭에 198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생인 MZ세대가 생각하는 상식과 공정을 중시하고 그에 따라주어야 한다. 일부 인사들이 마치 특권이라도 가진 양 온갖 혜택을 누리려 들거나 기득권 세력이 되어 자식에게까지 물려주려는 어떠한 행태도 근절해야 한다. 취업, 창업, 주택·주식, 목돈 마련 등 거의 모든 청년들이 관심을 가진 사안에 대해 누구나 공정한 기회를 제공 받는다고 체감할 수 있게 공감할 수 있는 기준과 원칙이 적용되어야 할 것이다.


새해를 맞이하는 목전에서 이런 기준이 하나둘 적용되는 가운데 한국 사회 전반에 걸쳐 확산되어 정착할 때 한국 정치에 대해서도 국민들은 세금을 아까워하지 않는 자랑스러운 K-국회라고 기꺼이 인정할 것이라고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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