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직-공직 후보 선출은 당원에게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2-09-13 11:4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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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한때 우리나라 정당에서 마치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가 ‘정치개혁의 만병통치약’인 것처럼 잘못 인식되던 때가 있었다.


오픈프라이머리는 미국에서 유래한 것으로 공직 후보 선출에 “투표자가 자기 정당 소속을 밝히지 않고 투표를 할 수 있는 예비선거 제도”이다.


우리나라에선 2002년 대선 당시 집권당이었던 민주당에서 최초로 도입했다.


야당은 ‘이회창’이라는 강력한 대권 주자가 있었으나, 여당에선 그에 견줄만한 후보를 찾기 어려운 상황에서 도입한 제도였다. 이를 통해 경선 초반 낮은 지지율을 보였던 노무현 후보가 ‘노풍’을 일으키며 경선에서 승리할 수 있었고, 이회창마저 그 바람 앞에 무너졌다.


그때부터 민주당은 경선에서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하고, 그 결과를 일부 반영하는 형태의 변질된 ‘오픈프라이머리’를 하게 됐다.


국민의힘은 김무성이 당 대표로 있던 새누리당 시절에 도입했다.


하지만 미국에서도 2012년 대선의 당시 오픈프라이머리를 실시한 주는 전체 50개 주 가운데 20개 주에 불과했다. 나머지 주들은 당원이나 지지자들만을 대상으로 경선을 치렀다.


오픈프라이머리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걸 깨달은 것이다.


우선 A 정당 후보를 지지하는 유권자가 B 정당 경선에 참여해 상대적으로 약한 후보에 표를 지지하는 '역선택' 문제가 있다.


특히 '정당개혁'을 이룰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오히려 정당정치를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돈과 인지도를 갖춘 이들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까닭이다.


국가의 재정 부담은 물론 개별 후보자의 비용 부담도 늘어날 수밖에 없어 정치비용 논란도 불거질 소지가 크다.


이제는 이를 바로 잡아야 한다.


당의 주인인 당원들에게 당직자와 공직 후보 선출권을 돌려주어야 한다는 말이다.


특히 여론조사 결과를 일부 반영하는 변질된 ‘오픈프라이머리’는 절대로 도입해선 안 된다.


당원의 뜻과 다른 결과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넥스트리서치가 SBS 의뢰로 지난 8일부터 9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4명을 대상으로 '차기 대선 주자로 누가 가장 적합한지'를 조사한 결과 범여권에선 홍준표 대구시장이 15.9%로 가장 높은 지지율을 기록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12.9%로 뒤를 이었고, 유승민 전 의원 10.1%, 한동훈 법무부 장관 9%,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8%,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3% 순이었다.


홍 시장이 여권 대선 선두라는 것도 의아하지만, 유승민 전 의원이 10%대에 있다는 건 국민의힘 당원들이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국민의힘 지지층만을 대상으로 한 결과는 달랐다.


실제로 국민의힘 지지층만 놓고 보면 오세훈 시장 26.4%, 한동훈 장관 21.7%, 홍준표 시장 18.5%, 안철수 의원 11.1%, 유승민 전 의원 4.1%, 이준석 전 대표 1.1% 순이었다.


유승민 지지율은 반 토막도 안 남았다. 이준석은 1%대로 주저앉았다.


또 여권 지지율 위기의 책임은 누구에게 있을까?


국민의힘 지지층에선 이준석 전 대표 38.7%, '윤핵관' 22.2%, 윤석열 대통령 11.8%의 순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 지지층 등 야당 지지층 등까지 대상을 확대하면 윤 대통령이라는 응답이 25.8%로 가장 많았고, '윤핵관' 20.9%, 이준석 전 대표 16.4% 순으로 지목됐다. 김건희 여사라는 응답도 14.6%였다.(이 조사의 응답률은 14.8%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이처럼 당원들의 뜻과는 전혀 다른 결과가 나타나는 게 여론조사다.


이런 여론조사를 반영하는 경선은 당의 주인인 당원들의 당연한 권리인 투표권을 박탈하는 것으로 온당치 못하다. 꼬박꼬박 당비를 내면서 당을 지켜온 당원들에게 투표권을 돌려주는 것, 그게 정당정치의 본질이고, 당의 정체성을 지키는 길이다.


여당이든 야당이든 ‘꼼수’ 부리지 말고, 정당의 원칙에 충실하라. 당의 모든 공직 후보 선출은, 특히 당직자 선출은 100% 당원투표로 하는 게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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