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만 “공천 못 받을 테니까 제 살길 찾은 것” 혹평
[시민일보 = 이영란 기자] 텃밭인 부산해운대갑 선거구에서 내리 3번 금배지를 달았던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서울 출마’ 선언을 하고 나선 데 대해 당내에서 "용기있는 선언" 등 긍정평가가 이어지는 것과는 달리 같은 당 소속 홍준표 대구시장은 "제 살길 찾는 것"이라고 평가절하해 눈길을 끌었다.
장예찬 최고위원은 9일 "대단히 의미 있는 결단이라고 높이 평가한다"며 "자발적인 중진들의 결단이 총선을 앞두고 여당이 먼저 헌신하고 절박해하는 모습을 보여드리는 효과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날 cbs라디오에 출연한 장 최고위원은 중진의 첫 험지 출마선언을 어떻게 봤냐'는 진행자 질문에 "저는 제2, 제3의 하태경이 나오는 게 다음 총선 국면에서 국민의힘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거라고 본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이어 "'한 지역에서 10년을 정치 했으면 그 지역에서 하고자 했던 일들을 대부분 다 이룬 상태 아니냐' 라는 하태경 의원의 말에 개인적으로 공감한다"면서 "일률적으로 중진은 다 어떻게 해라 이런 것은 아니지만 (많은 기회를 당으로부터 받은 3선 이상 중진들은) 깊게 고민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상대적으로 10년 이상 당의 배려를 받아서 공천 받고 당선됐던 분들은 먼저 그 최일선에 서주시기를 자연스럽게 여론이 요구하게 되지 않겠냐"고 전망했다.
특히 그는 (하 의원 같은 결단을) 기대하기보다는 이끌어 가는 흐름을 저희 지도부도 만들어내야 된다고 본다"며 "저에게도 희생이 필요하다면 기꺼이 따를 각오를 하고 있다"고 결기를 보였다.
그는 '정치 신인인데 험지를 생각하느냐'는 진행자 질문에 "지금까지 제 지역구를 특정하지 않는 것은 최후의 최후까지 당의 요청에 따르겠다라는 것이기 때문"이라면서 이같이 밝혔다.
이어 "특정 지역구 자객이 돼라 하면 자객도 될 수 있고 제 개인적인 주장을 고집할 생각은 전혀 없다"며 "그런 각오를 저 뿐만이 아니라 모든 중진들, 모든 출마 예상자들이 마음속에 품고 있어야 된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윤재옥 원내대표도 "하 의원이 내린 결단은 우리당에 앞으로 공천과 선거와 관련해 새로운 희망, 우리당의 혁신의지를 보여준 좋은 사례라고 생각한다"고 환영했고 박수영 의원도 "하 의원의 큰마음을 존경한다"며 "총선 승리만이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위한 길임에 스스로 (기득권을) 내려놓으신 것"이라고 평가했다.
내년 총선 출마 의지를 밝힌 김인규 대통령정무수석실 행정관도 '신인 정치인이 많이 들어와야 혁신의 바람이 불고 정치도 발전할 수 있다'고 밝힌 하 의원의 기자회견 발언을 페이스북에 인용하면서 "하 의원께서 선택한 길은 영원히 사는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반겼다.
반면 홍준표 대구시장은 이날 '청년의 꿈'에서 한 지지자가 "부산 해운대갑에서 3선을 한 하태경 의원이 사정이야 어찌 되었건 서울로 지역구를 옮긴다고 한다. 좋아 보인다"고 하자 "선당후사라기보다는 제 살길 찾는 것"이라고 평가절하했다.
당이 수도권 험지 출마를 권유한 것도 있겠지만 부산에 남아 있으면 공천을 받을 수 없다고 판단한 하 의원 나름의 살길을 찾는 것 뿐이기에 의미를 부여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자 하 의원은 같은 날 “내년 총선의 승부처는 수도권이다. 우리 당은 영남당이 아니라 서울당, 전국 정당이 돼야 한다. 그게 혁신의 핵심이자 목표다. 수도권에서 이기는 정당이 되려면 이제 좀 더 중도층 쪽으로 가야 한다. 저도 거기에 돌 하나 올려 보탬이 되고 싶다”라며 “혹자는 (부산에서) 공천이 안 되니까 서울 출마로 선수 친 것 아니냐는데, 그런 생각이었다면 더 일찍 서울에서 활동했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한편 하태경 의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 당시 유승민 전 의원과 함께 새누리당을 탈당해 바른정당 창당 대열에 합류했다가 당이 해체 위기를 맞자 국민의당과의 합당으로 바른미래당을 창당했으나 분열 사태 이후 다시 유승민 이준석 오신환 등과 함께 새로운보수당을 창당하는 등 우여곡절 끝에 국민의힘에 복당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하 의원은 2018년 11월 바른미래당 시절 당시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를 향해 "빨갱이 장사밖에 할 줄 모른다"고 공격한 데 이어 지난 5월엔 "정치를 너무 오래 하시다보니 분별력이 많이 떨어졌다"고 날을 세웠고 이에 홍 시장은 "자신의 이익만 좇아 불나방처럼 권력 꽁무니만 따라다니는 하이에나 패거리 정치"라며 독설로 대응하는 등 악연을 쌓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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