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이 응원하는 이준석…왜?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2-09-01 12: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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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법원의 가처분 신청 인용에도 불구하고, 이준석 전 대표가 대통령 및 소속 정당을 상대로 부정적 발언들을 쏟아내는 것은 ‘내부총질’이라는 게 국민 다수의 생각이다.“


이는 소속 정당을 상대로 가처분 신청 등 법적 대응을 진행하고 있는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의 행보에 대한 여론조사공정㈜ 서요한 대표의 평가다.


실제로 이준석 전 대표의 최근 행보에 대해 국민 과반이 '잘못하고 있다'라며 부정적으로 평가한 여론조사 결과가 1일 나왔다.


부정평가 여론은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을 제외한 모든 정당 지지층에서 높게 나왔으며, 중도무당층 역시 부정평가가 상당히 높았다. 특히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부정평가가 압도적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에서만 유일하게 긍정평가가 더 높았다.


여당과 경쟁 관계인 제1야당 지지층에서만 이준석을 호응하고 있다는 세간의 평가가 수치로 확인된 셈이다.


데일리안 의뢰로 여론조사공정㈜이 지난달 29~30일 전국 남녀 유권자 1005명을 대상으로 정례조사한 결과,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의 양두구육이나 신군부 발언 등 최근 발언들과 활동들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시느냐'는 설문에 응답자의 52.4%(매우 잘못 36.4%, 잘못하는 편 16.0%)가 '잘못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지지 정당별로 보면,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부정평가가 압도적인 데 반해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오히려 긍정평가가 과반으로 집계됐다.


구체적으로 민주당 지지층에서 이준석 전 대표에 대한 긍정평가는 58.6%였으며, 부정평가는 34.6%였다. 반면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부정평가가 68.5%였고, 긍정평가는 28.7%에 그쳤다.

 

정의당 지지층에서도 부정평가가 56.2%로 과반을 차지하며 긍정평가(35.1%)를 앞섰다. '지지정당이 없다'고 밝힌 중도무당층 역시 '이 전 대표가 잘못하고 있다'는 부정평가가 49.3%로 긍정평가(39.7%)보다 높았다.


또 국민의힘 지지층 40.1%는 "이준석은 자숙하고 물러나야 한다"고 했으며, 26.7%는 "윤핵관은 자숙하고 물러나야 한다"고 했다.


반면 민주당 지지층의 39.8%는 "윤핵관은 자숙하고 물러나야 한다"고 했고, 6.0%만 "이준석은 자숙하고 물러나야 한다"고 했다.


여당의 전 대표가 여당 지지층과 무당층 등에선 부정적 평가를 받는 데 유독 제1야당 지지층에서만 긍정 평가받는 기이한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여당과 경쟁 관계에 있는 민주당 지지층에선 연일 ‘내부총질’해 대는 이준석 대표의 존재가 든든한 우군(友軍)으로 여겨지는 모양이다.(본문에 인용된 여론조사는 지난달 29~30일 전국 남녀 유권자를 대상으로 구조화된 설문지를 이용한 무선 100% RDD 방식의 ARS로 진행했으며, 전체 응답률은 5.3%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사실 당원들의 마음을 얻지 못한 이준석 대표가 6.11 전당대회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것은 민주당 지지층의 역선택 때문이었다. 당시 당 대표는 당원투표(70%)와 여론조사(30%)를 합산해서 선출했다.


당시 나경원은 당원투표에서 40.93%를 얻어 1위를 차지했다. 이준석은 37.41%에 그쳤다.


하지만 민주당 지지층도 참여할 수 있는 여론조사에서 이준석은 다른 4명의 후보 득표율 총합계보다도 훨씬 높은 58.76%를 얻어 당 대표에 선출됐었다. 이준석은 그런 점을 노리고 민주당이나 문재인 정권에 대한 비판보다는 내부총질에 더욱 열중했을 것이다. 연일 윤석열 대통령을 공격하고, 당을 흔들어대는 그의 모습에 경쟁 관계인 제1야당 지지층이 응원하고 박수를 보내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당원들 사이에서 ‘역선택 대표’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결과적으로 이준석은 민주당 지지층이 가장 반기는 여당 정치인인 셈이다.


이런 불행한 사태가 재발해서는 안 된다. 앞으로 모든 당직자는 ‘100% 당원투표’로 선출하도록 당을 혁신해야 한다. 그것이 ‘당의 주인은 당원’이라는 원칙에 부합하는 것이고, 당원 주권 주의를 회복하는 길이기도 하다. 공직 후보를 선출하는 것도 아니고, 당직자를 선출하는데 왜 다른 정당 지지자들의 의견을 반영하는가.


이건 왜군을 상대할 우리 수장을 선출하는 데 일본 사람들에게 ‘누가 더 좋으냐’고 묻는 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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