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의 ‘4년 중임제’ 제안은 최악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2-09-28 12:3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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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24년 총선과 함께 국민투표로 개헌을 하자며 이를 위해 국회에 ‘헌법개정특위’를 설치하자고 제안했다.


이 대표는 28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개헌특위가 국민적 합의가 가능한 범위에서 개헌안을 만들고 2024년 총선과 함께 국민투표를 한다면 비용을 최소화하면서 87년 체제를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일단 이 대표의 개헌논의 제안을 환영한다. 이미 정치권과 학계에선 그 수명을 다한 87년 체제인 6공화국 시대를 마감하고 새로운 7공화국 시대를 열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그런데 이 대표가 개헌의 방향으로 ‘4년 중임제’를 제안한 것에 대해선 동의하기 어렵다.


87년 체제를 바꾸자면서 오히려 그 체제를 더욱 공고히 하는 ‘4년 중임제’를 제안한 것은 최악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 대표는 "5년 단임제를 4년 중임제로 바꿔 책임정치를 가능하게 하고 국정의 연속성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87년 체제는 이른바 ‘제왕적 대통령제’라는 전두환의 5공화국에서 내용은 변한 것 없이 단지 대통령 선출 방식만 간선제에서 직선제로 바꾸었을 뿐이다. 그게 6공화국이다.


6공화국은 ‘역대 대통령의 저주’에서 나타나듯 문제가 심각하다.


노태우는 집권 과정의 '원죄'와 부정 축재로 퇴임 후 구속됐다. 군사정권에 맞서 민주화 시대를 연 '양김(兩金)'인 김영삼과 김대중은 재임 말기 모두 아들이 구속되는 수난을 겪었다.


YS의 차남 현철씨는 1997년 한보 비리 사건에 연루돼 구속된 데 이어 2004년에는 조동만 전 한솔 부회장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DJ의 차남 홍업씨와 삼남 홍걸씨는 기업체로부터 청탁과 함께 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특히 DJ는 퇴임 후 대북 비밀송금 사건으로 특별검사의 소환 대상으로 거론되기도 했다.


노무현은 대통령직 퇴임 이후 '박연차 게이트'로 측근들이 줄줄이 구속되고, 수사의 화살이 자신에게까지 뻗쳐 검찰 수사를 받을 위기에 놓이게 되자 극단적인 선택을 했으며, 이명박은 뇌물수수·횡령 등으로 구속된 상태다. 박근혜는 임기 4년 차에 이른바 ‘최순실 스캔들’이 터지면서 결국 탄핵까지 당했다.


이제 퇴임한 지 얼마 안 되는 문재인을 제외한 6공화국 역대 대통령들이 모두 이처럼 불운한 임기 말을 보내거나 퇴임 후에 비참한 상황에 놓인 것이다.


그나마 문재인도 안심할 수 없는 상태다.


현재 문재인 정부 관련 검찰 수사는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탈북어민 강제 북송 사건 △산업부 블랙리스트 사건 △월성원전 경제성 조작 사건 등 크게 네 가지다. 피격 사건과 북송 사건은 서울중앙지검이, 산업부 블랙리스트 사건은 서울동부지검이, 월성원전 사건은 대전지검이 각각 맡고 있다.


특히 '서해 공무원 피격'과 '탈북어민 강제북송'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 기간이 두 달을 넘기면서 검찰의 칼끝이 문재인 정부 핵심 관계자들을 향하는 상황이다.


두 사건과 관련해 검찰은 대통령기록관을 압수수색해 청와대 문서를 확보하고 '윗선' 개입 여부를 살피고 있다. 문재인마저 기소되거나 구속되면 6공화국 역대 대통령은 단 한 사람도 예외 없이 모두가 불행한 대통령으로 기록되는 셈이다.


그렇다면 이는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제도가 문제인 것이다. 따라서 승자독식의 제왕적 대통령제 시대를 마감하고 이제는 협치가 가능한 내각제 시대로 나아가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도 대선 직전에 “정치 고질병이 승자독식이기 때문에 증오와 배제의 정치를 그만하겠다”라고 밝힌 바 있다. 윤 대통령은 어쩌면 6공화국의 마지막 대통령이자 7공화국 시대를 연 대통령으로 기록될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재명 대표는 ‘5년 단임제’를 승자독식의 ‘4년 중임제’로 바꿔 8년 장기집권 대통령제, 즉 ‘황제적 대통령제’ 시대를 열자고 제안하니 어이가 없다.


이건 답이 아니다.


이재명은 아마도 자신이 8년 집권하는 ‘황제 대통령’을 꿈꾸는 모양인데 아서라. 꿈꾸는 것은 자유이지만 최소한 자신을 둘러싼 온갖 의혹들부터 깨끗하게 털어내고 그런 꿈을 꾸는 게 도리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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