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연임 ‘군불 지피기’ 수상하다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6-07-29 13:59:21
  • 카카오톡 보내기
  • -
  • +
  • 인쇄

 
주필 고하승



친명계 좌장 격인 조정식 국회의장이 이재명 대통령의 연임을 두고 "국민의 선택"이라고 말해 파문이 일고 있다.


물론 조 의장은 하루 만에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헌법 128조 2항은 '대통령 임기 연장 또는 중임 변경을 위한 개헌이 이뤄지더라도 당시 대통령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라며 "현직 대통령의 연임은 개헌 논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으나 뭔가 개운치 않다.


그걸 잘 아는 사람이 왜 ‘이재명 연임’ 가능성을 언급했을까?


입법부 수장이 설마하니 그런 헌법 조항을 모르고 ‘현직 대통령 연임’, 즉 ‘이재명의 연임’ 발언했을 리 만무하다. 따라서 이건 실수가 아니라 의도된 발언으로 보아야 한다.


실제로 준비된 기자의 질문에 국회의장이 준비된 답변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여권에서 진행 중인 개헌에 군불을 지피는 작업 중의 하나라고 볼 수 있다. 일종의 여론을 떠보기 위한 ‘간 보기’라는 것이다.


슬쩍 여론을 떠보기 위해 ‘이재명 연임’ 발언을 했는데 보수 야권은 물론 진보진영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지자 한발 물러선 것이란 말이다.


그런데 이런 발언은 조정식 의장이 처음은 아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임명한 조원철 법제처장도 작년 10월 국회에서 ‘연임 개헌 시에 현직 대통령 적용’에 대한 질문을 받고 “그것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거나 “위헌이라 불가능하다”라며 단칼에 끊지 않고 “결국, 국민이 결단해야 할 문제”라고 답변 한 바 있다.


조정식 의장이나 법제처장이 모두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던 셈이다.


어디 그뿐인가.


조정식 의장의 이재명 연임 발언 전날에는 친명계 당권 주자인 김민석 전 총리가 신용한 충북지사와 면담 자리에서 연임 가능성을 열어둔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총리가 신 지사와 대화 중에 "현재까지 법적으로 대통령은 연임이 안 되지만, 지사님은 연임이 되잖아요"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김 전 총리가 법적으로 대통령의 연임이 불가능하다는 원론적 이야기를 하면서도 ‘현재까지는’이라는 사족을 붙인 것은, 법을 바꾸면 연임이 가능할 것이라는 여지를 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기 때문이다.


사실 김 전 총리의 대통령 임기와 관련된 발언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지난해 12월에도 "지난 총선 전(윤석열 정부 때)에는 어떤 분들은 '5년이 너무 길다'고 했는데, 요새는 사람들이 '5년이 너무 짧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 발언이 정치권에 파문을 일으키자 당시 총리실은 "총리님은 대선이 아닌 총선을 언급했고, 어떤 정부인지에 대한 언급도 없었다"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대통령 임기는 5년, 국회의원 임기는 4년이어서 해명의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왔다.


그러면 여권에서 친명계 몇몇 사람만 ‘이재명 연임’ 군불 지피기에 나선 것일까?


그렇지 않다.


여권 소식에 정통한 유시민 작가가 최근 “대통령 연임은 불가능하다”라는 이야기를 한 바 있다. 다소 뜬금없는 말처럼 들렸지만, 헛소리는 아니었다.


당시 유시민 작가는 "연임은 법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런데 가능한 것처럼 전제하고 그것을 조국-문재인-유시민-김어준이 가로막고 있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친문'이라고 찍어버린다"라고 말했었다.


그러니까 민주당 내에서 연임이 가능한 것처럼 말하는 세력이 있었고, 그 세력이 연임은 불가능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을 ‘친문’으로 찍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 비추어볼 때 여권 내 친명 세력은 ‘이재명 연임’ 불씨를 계속해서 키워 나갈 것이다.


그러나 한번 해볼 테면 해봐라. 헌법에 반하는 시도를 하면 그것은 탄핵 사유다. 그것도 아주 명백한 탄핵 사유다. 연임은커녕 곧바로 청와대에서 끌어내리는 국민적 저항이 있을 것이다.

[저작권자ⓒ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