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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이 지난 8월25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 수원중앙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암. 희소병 투병과 생활고에도 불구하고 복지서비스의 도움을 받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 ‘수원 세 모녀’ 빈소를 찾았다. 조문 사진을 보고 잠시 잊고 있었던 국민통합위원회(이하 ‘통합위’)를 돌아봤다.
윤석열 대통령은 8월17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취임 100일을 맞아 첫 공식 기자회견을 했다. 이날 백미(白眉)는 단연 “국민 숨소리 하나 놓치지 않고 한 치도 벗어나지 않도록 국민의 뜻을 잘 받들겠다”고 다짐한 대목이었다. 늦었지만 단단히 잘못 돌아가고 있는 현재의 국정에 대한 달라진 인식을 보여주는 것 같아 다행이었지만 늦은 게 어디 이 뿐인가.
편이 갈리고 골이 깊어진 국민의 분열을 치유하고 곳곳에 잠복한 사회갈등 해소를 위해 새 정부 들어 대통령 직속 위원회 제1호로 출범한 통합위, 나는 타이밍에 맞춘 ‘尹의 한 수’라고 무릎을 치며 통합위의 빠르고 알찬 활동을 기대했으나 영 굼뜨기만 하다. 5월30일 자로 시행에 들어간 통합위는 7월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통합위 민간위원24명을 위촉하고 향후 5년간의 통합위 추진 방향을 논의했다. 8월16일 제2차 회의에서는 ‘대.중소기업 상생 특별위원회’를 9월 발족한다고 밝혔다.
김대중 정권 당시 초대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을 역임한 한완상 박사는 어느 인터뷰에서 “참된 소통이 이뤄지고 진정한 평화가 오게 하려면 세 단계가 필요합니다. 먼저는 ‘역지사지(易地思之)’입니다. 상대의 처지를 머리로 아는 것입니다. 다음은 ‘역지감지(易地感之)’입니다. 가슴으로 느끼는 것이지요. 마지막으로는 ‘역지식지(易地食之)’입니다. 상대방의 존재를 지탱케 하는 음식까지 내가 먹을 수 있을 때에 진정한 소통이 이뤄지는 것이지요.”. 이어서 “이는 마치 육식동물인 사자가 초식동물인 소와 같이 풀을 뜯어 먹는 것과 같다.”며 거실 벽에 걸린 대형 그림을 가리켰다고 한다.
얼마 전 대통령 경호처는 문재인 전 대통령의 경남 양산 평산마을 사저 인근 경호구역을 재 지정했다. 기존 사저 울타리까지에서 울타리로부터 최장 300m까지 경호 구역을 확장했다. 이는 과정이야 어쨌든 소통을 바탕으로 이루어진 통합의 산물이다. 통합은 곧 소통이다.
드라마 ‘지정생존자’는 미국 것과 우리 것이 있다. 양쪽 다 팽팽하여 눈을 뗄 수 없도록 나를 붙잡았다. ‘어쩌다 대통령’이 된 두 주인공은 어벙하다. 이들은 준비되지 않는 자리인지라 내내 ‘겸손하고 인간적’이다. 신세지고 빚진 사람이 없으니 사고(思考)가 열려있고 유연하다. 갈등과 조정 능력이 창의적이고 확장돼 있다. 이들에게 전직 대통령의 조언과 자문, 실수담은 힘이 되고 위로가 된다. 전직 대통령을 국무위원으로 영입하여 특사로도 활용한다. 올 여름 더위를 가시게 한 ‘뿌듯한’드라마였다.
김한길 통합위 위원장과 통합위 민간위원24명의 어깨가 무겁고 바쁘다. 인간의 지혜는 가위(可謂) 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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