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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행위로 인해 누군가가 피해를 보았다면 그에 합당한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
이건 상식이다.
그런데 이런 상식에 반하는 일을 일부 야권 의원들이 올해 정기국회 내에 처리하겠다며 단단히 벼르고 있다니 황당하기 그지없다.
이른바 ‘노란봉투법’을 두고 하는 말이다.
지난 15일 노란봉투법을 발의한 이은주 정의당 비상대책위원장과 이에 동조하는 민주당 의원 46명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이 법안을 통과시키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반면 윤석열 대통령은 거부권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져 정기국회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이런 가운데 민주·정의·기본소득당 및 무소속 등 야권의 현역 의원들과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이 27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란봉투법’을 정기국회 중에 처리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들은 이날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동자와 그 가족의 삶 자체를 말 그대로 말살시키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기 위해서는 반드시 이번 국회에서 ‘노란봉투법’이 통과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란봉투법이란 대체 무엇인가.
정식 명칭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다.
노란봉투법은 폭력 또는 파괴 행위로 인한 것이 아니라면, 불법적인 쟁의행위에 대해서도 손실 책임을 묻는 것을 제한하는 것이 핵심이다. 폭력·파괴 행위라도 노동조합이 계획했다면 노조원에 대한 손해배상이 제한되고, 불법 파업이나 불법 점거 등 사실상 노조의 모든 행위에 대해서도 책임을 물을 수 없다.
노동조합이 계획한 것이라면, 폭력·파괴 행위로 인한 기업의 손실을 배상하지 않아도 되고, 불법적인 쟁의행위로 인한 기업의 손실 역시 배상하지 않아도 된다는 이런 초법적인 발상을 금배지를 단 사람들이 했다는 게 기막힐 따름이다.
노조원이 기물을 파괴하고 사람을 폭행하는 등 불법행위로 사용자가 재산상의 손해를 입었다면 당연히 손해배상청구권을 사용할 수 있어야 하는 것 아니겠는가.
그걸 못하게 하는 건 헌법상 기본권인 재산권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불법을 부추긴다는 면에서 문제가 심각하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이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노란봉투법은 불법 파업을 조장하는 '황건적 보호법'에 불과하다”라며 “(노란봉투법 입법 시) 산업 현장은 분규가 끊이지 않을 것이며 상시적 혼란에 빠지고 말 것”이라고 질타한 것은 이런 연유다.
노동자는 절대적으로 선(善)이고, 사용자는 악(惡)으로 규정하는 이런 법은 평등원칙에도 위배 되는 것으로 위헌 소지가 다분하다.
19대·20대 국회에서도 발의됐지만 별다른 진전 없이 폐기된 것은 이런 연유다.
사실 노조에 무제한 ‘면책특권’을 주는 이런 법은 해외에서도 유례를 찾기 힘들다.
선진 독일에서는 노조가 정당하지 않은 파업을 한 경우 노조와 근로자에게 기업이 영업권 침해를 이유로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있다. 영국 역시 노동운동 시 불법행위가 있으면 노조는 민사적 책임을 지지만 노조원은 민·형사상 책임까지 져야 한다.
설사 거대 야당이 의석수의 힘만을 믿고 일방적으로 밀어붙여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더라도 위헌 판정을 받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실제로 프랑스에선 1982년 노조의 모든 단체행동에 대해 손해배상 청구를 금지하도록 법률이 개정됐으나, 곧바로 헌법위원회에서 위헌 판정을 받아 그대로 쓰레기통에 처박히고 말았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국회에서 “개정안의 경우 불법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으로 위헌논란의 소지가 있고, 손해배상 원칙 적용의 형평성 문제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밝힌 것이나,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헌법상의 평등권이라든가 하는 문제가 있다”라고 한 것은 이런 까닭이다.
다시 말하지만, 법적으로 보호받는 것은 어디까지나 '정당한 파업'이어야 한다. 그것에 대해선 국가가 특권을 인정해줘야 한다.
하지만 불법적인 쟁의행위에 대해선 그에 따른 대가를 치르도록 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고 불법행위에 대해서도 법적으로 보호하는 제도가 마련된다면 불법행위를 동반한 파업을 막을 길이 없다. 불법 파업에 따른 법적 제재가 있어야 하고, 그 책임을 노조가 지는 건 지극히 당연하다. 그게 정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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