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식 한준호 명기한 공문 발송해 놓고 “당 개입 안 했다”
[시민일보 = 이영란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2,30대 청년층 공략을 위해 마련한 현수막이 ‘정치는 모르겠고, 나는 잘 살고 싶어’ ‘경제는 모르지만 돈은 많고 싶어’ 등의 문구로 청년 폄하 논란을 일으키자 이를 폐기했지만 석연찮은 해명으로 또 다시 빈축을 사고 있다.
강선우 대변인은 19일 오후 국회 브리핑에서 “현수막 시안과 관련해 과정이 매끄럽지 못했던 점에 아쉬움이 있다”면서 “총선용 현수막이라거나 2030을 대상으로 했다는 등의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당 홍보위원장인 한준호 의원도 “외부 업체에서 관련 현수막을 제작했고 총선기획단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사안"이라며 "당일 행사는 총선기획단이 진행하는 행사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당의 지시를 받아 일을 하는 용역 업체에 책임 소재를 떠다 민 것이다.
하지만 이와 같은 민주당 해명은 논란이 된 이른바 ‘더민주 갤럭시 프로젝트’가 중앙당 공식 행사로 공개될 예정이었고, 관련 공문 역시 사무총장 명의로 배포됐다는 점에서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실제 앞서 민주당은 지난 17일 각 시도당에 해당 현수막 게시를 지시하는 공문을 보냈다.
한준호 홍보위원장, 조정식 사무총장 등이 책임자로 명기된 해당 공문에는 ‘2023 새로운 민주당 캠페인’을 홍보하는 목적의 티저 현수막이라는 설명과 함께 이번 캠페인은 개인성과 다양성에 가치를 두는 2030 세대 위주로 진행한다는 계획도 담겨 있었다.
이에 대해 당내 비명계는 물론 친명계에서도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요구에 힘을 싣는 모양새다.
이날 청년간담회를 주관한 혁신계 (김종민ㅇ윤영찬ㅇ이원욱ㅇ조응천) '원칙과 상식'도 “충격적인 당 현수막에 유감”이라며 “당의 설명대로라면 민주당은 청년 세대를 정치와 경제에 무지하고 개인의 안위만 생각하는 이기적 집단으로 인식한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친명계 김두관 의원은 “청년 비하가 아니라 청년 능멸 수준”이라고 질타했고 이재명 대표 친위 원외그룹 '더민주전국혁신회의'도 “윤석열 정권하에서 악화하는 청년의 경제ㆍ사회적 조건에 대한 이해, 청년의 좌절ㅇ불안에 대한 공감도 없다”고 날을 세웠다.
비명계 모임 ‘원칙과 상식’(김)은 “70년 당 역사상 최악의 홍보물”이라며 “이재명 민주당이 청년 세대에 대한 인식 능력을 결여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지적했다.
심지어 '비트코인' 사태로 최근 민주당을 탈당한 친명계 김남국 의원까지 “표현이 진중하지도 않고 위트 있는 것도 아니다”라며 “시안의 메시지에 전혀 공감이 안 된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당원 게시판도 들끓고 있다.
스스로를 '몇 년째 응원 겸 당원자격을 유지하고, 작은 돈이라도 당비를 납부해 온 30대'라고 밝힌 한 당원은 "문구 하나의 작은 결정으로 보일지라도 결정자들이 젊은 층에 대해 어느 정도의 이해도와 수준을 갖고 있는지 잘 알았다"며 "이런 결정을 내리는 정당이 총선이든 다음 대선이든, 민심을 잡을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한명 표는 확실히 잃었다. 축하드린다"고 민주당 탈당을 예고했다.
또 다른 당원은 "탁상머리에서 만든 문구였다. 현장에 나가서 직접 들어야 젊은 사람들 마음을 느끼지 않겠나"라며 "대표를 비롯해 주요 당직자들은 보좌관 2명 정도는 매주 현장에 나가서 민심을 듣고 오라고 하면 어떨까"라고 제안했다.
그는 특히 "답은 현장에 있다. 보고 받은 걸 그대로 믿지 말라"며 "자의든 타의든 보고라는 건 왜곡이 발생하기 마련이다. 현수막 비판도 마찬가지다. 현장과 동떨어진 책상의 아이디어 (탓이) 아닐까 한다"고 지적했다.
50대 여성 당원은 "이번 현수막 기가 막힌다. 2030세대 다 놓치고 총선 폭망하자는 거냐"며 "부정적 언어가 가득한 현수막, 이게 캠페인이 된다고 생각하나. 내 당비 돌려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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