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일보 = 이영란 기자]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가 이달 중 당무감사위원회 구성을 마치고 감사계획을 공고할 예정이지만 당내 호응을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앞서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14일 이성호 전 인권위원장을 당무감사위원장으로 임명하는 등 당무감사 실행 의지를 피력한 바 있다.
하지만 안철수 의원은 17일 KBS라디오에서 "총선 직전 당무 감사를 해서 가장 적합한 사람을 공천하는 게 당에서 하는 관행"이라며 전당대회 이전 당무 감사에 반기를 들었다.
안 의원은 "최근에 현직 원외 당협위원장들을 많이 만난다"며 "이분들이 대부분 바로 지난 직전 총선 때, 2020년에 코로나19 사태로 자기 이름 한번 알리지 못하고 다 낙선한 사람들이다. 수도권 전체 합해서 서울, 경기 16명밖에 당선이 못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비를 털어서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를 치르고, 그다음에 대선 치르고 또다시 지방선거까지 치렀다"며 "지금 막 그것이 끝난 시점에서 이제는 정치 활동도 하고 당 정비도 해야 하는 그런 상황인데, 바로 이렇게 심사를 하면 아무런 기회도 못갖는 것에 대한 우려들이 많다"고 지적했다.
안 의원은 "이게 잘못되면 특히 이렇게 도중에 평가가 나빠서 바로 해임이 된다면 거의 원수가 돼서 분열된다"며 "그러면 다음 총선에서 도저히 이길 수가 없다"고 우려했다.
이어 '교체를 하더라도 제대로 심사를 해서 나중에 총선 직전에 하는 게 당에도 유리하다는 말이냐'는 물음에 "그렇다"며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이 합리적인 분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제가 우려를 말씀드리면 그걸 반영한 안을 만들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전했다.
당내 분위기도 냉담하다.
앞서 비상대책위원회의 감사 자격을 놓고 논란이 이어진 상황과 비교하면 사뭇 다른 분위기다.
당무감사는 당협의 운영 실태를 점검하는 당무 감사는 당협을 이끄는 당협위원장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감사 결과에 따라 당협위원장직을 박탈당하거나 부정적 평가가 쌓일 경우 차기 총선 공천 심사에 좋지 않은 영향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현역 의원들은 총선을 1년여 앞둔 시점에 이루어지는 감사에 큰 관심을 두지 않고 있는 분위기다.
여기에는 감사 주체가 비대위라는 점이 가장 큰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차기 총선 공천 여부에 관심이 큰 현역 의원들 입장에선 전당대회 이후 구성될 차기 지도부가 당무감사에 다시 나설 것으로 보는 만큼 이번 감사에 크게 비중을 두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비대위에서 감사 결과 발표를 차기 지도부 몫으로 넘기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는 소리도 들린다.
특히 감사를 통해 현역 의원들의 당협위원장 직위를 박탈하기 어려울 것이란 점도 의원들의 관심도를 떨어뜨리는 요인이라는 지적이다.
앞서 안철수 의원도 "당무감사에서 현역 의원이 잘리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그럼 타깃은 원외 당협위원장들이 되는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다만 비윤계 솎아내기' 감사가 될 것이란 저망 속에서 '비윤계' 일각의 긴장감이 감지된다는 관측이다.
특히 당무감사와 함께 사고 당협 정비를 위한 조직강화특별위원회(조강특위)가 가동된 점도 비윤계를 긴장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앞서 조강특위가 이준석 전 대표 체제 당시 내정된 14곳의 당협위원장을 포함해 사고당협 전체를 대상으로 재공모를 결정한 것을 두고 '이준석계'를 걸러내기 위한 작업이란 시선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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