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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가운데 최고의 ‘신사’를 꼽으라면 주저 없이 노웅래 의원을 꼽을 것이다.
그런 신사적인 정치인이 윤호중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을 맡은 것을 두고 “진영과 패권 정치의 합작 물”이라며 작심한 듯 쓴소리를 내뱉었다. 그의 입에서 이런 정도의 발언이 나왔다면 민주당 비대위는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이다.
노 의원은 지난 대선 과정에서 자녀가 없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부부를 비하하는 듯한 내용의 게시물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유했다는 논란으로 곤욕을 치른 바 있다.
당시 인터넷 커뮤니티와 SNS를 중심으로 ‘노 의원의 페이스북에 올라온 게시물’이라며 사진 한 장이 퍼졌다.
해당 게시물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아이를 안고 있는 사진에 “석열이와 건희(윤 후보의 부인 김건희씨)는 절대 못 하는 행동이죠”라고 쓴 한 누리꾼의 글을 노 의원이 공유한 것을 갈무리(캡처)한 것이었다. 이에 유산의 아픔이 있는 윤 후보 부부를 비하했다는 논란이 일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그를 잘 알고 있는 필자는 그가 그런 글을 공유했다는 사실을 믿지 않았다. 뭔가 착오가 있거나 해킹당했을 것이라 여겼다. 국회의원이 한 누리꾼의 글을 공유하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기도 하다. 아니나 다를까.
해당 콘텐츠가 올라간 시간에 그는 지역구인 마포구 대흥역에서 운동원들과 함께 선거 운동을 하고 있었던 사실이 확인됐다. 그런 비신사적인 행동을 할 사람이 아니라는 건 그를 아는 사람들이라면 다 아는 일이다.
게다가 그는 이번 대선 과정에서 민주정책연구원장으로 여론의 변화를 아주 정확하게 짚어냈다. 한때 큰 격차로 벌어졌던 두 후보의 지지율이 선거 불과 2~3일 앞두고 여성 표의 결집으로 이재명 후보 지지율이 급상승해 윤석열 당선인과 팽팽하게 접전 양상을 보인다는 보고서를 냈다. 국민의힘 여의도정책연구원이 마지막까지 윤석열 당선인이 5%포인트 앞선다는 엉터리 보고서를 낸 것과 확연히 비교된다.
그런 신사적인 이미지에 능력까지 겸비한 노웅래 의원이 작심하고 쓴소리를 했다면 민주당은 윤호중 비대위 체제에 대해 다시 한번 검토할 필요가 있다.
노 의원은 이날 오전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 인터뷰에서 "대선 패배의 대표적인 책임자라 할 수 있는 원내대표가 다른 사람들은 전부 총사퇴하고, 혼자만 남아 돌려막기로 하는 거에 대해 문제 제기가 많았다"고 당내 분위기를 전했다.
이어 "또 코앞에 닥친 지방선거에서 참패할 수 있다는 우려가 많이 터져 나왔다. 아울러 대선 패배하면 네 책임, 내 책임 식의 당내 분열 혼란이 사분오열하는 게 있는데 이건 이렇게 해서는 안 된다고 하는 의견도 나왔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대선 패배는 높은 정권 교체 바람도 있었지만, 정부·여당에 대한 심판"이라고 강조했다.
맞는 말이다.
윤호중 원내대표는 지난 총선 당시 ‘위성 정당’을 만들어 국민에게 배신감을 안겨준 장본인이다. 그런데 그가 대선 직전에 당론으로 결정한 다당제의 정치개혁 약속을 이행하겠다고 하면 누가 믿겠는가.
지금 윤호중 비대위는 국민에의 눈에 그저 ‘패권·진영 정치의 산물’로 비칠 뿐이다. 개혁 의지가 실종된 정당처럼 보일 뿐이다.
노 의원은 “국민의힘이 절치부심해서 정권 교체한 것을 평가절하해서는 안 된다. 거기에는 분명히 우리가 배울 점이 있다”라면서 “우리가 지지자 중심의 행보만 해왔던 과거의 발자국들을 지워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노 의원은 외부 인사 중에 정치구조를 잘 알면서 우리와 가치와 철학을 같이 했던 분들도 있다면서 ‘정치 원로’ 또는 ‘외부 인사’가 비대위원장을 맡아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제 민주당은 노웅래 의원의 쓴소리를 듣고 비대위 체제를 새롭게 구성해 대선 패배의 아픔을 딛고 6.1 지방선거에서 선방하느냐, 아니면 윤호중 체제로 밀고 나가다 그대로 무너지느냐 하는 갈림길에 서 있다. 선택은 윤호중 비대위원장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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