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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전국동시지방선거가 마무리되면서 우리 경제에 ‘민생 청구서’들이 날아들고 있다. 정부는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각오로 민생 살리기에 총력을 경주해야 한다. 그동안 선거에 쏠렸던 정치를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민생 회복으로 되돌려놓을 차례다. 물가·환율·금리의 ‘3고(高)’가 본격화하는 데다 증시는 갈수록 롤러코스터처럼 돼 변동성(Volatility)을 더욱 키우고 있고, 수도권 주택시장의 불안도 여전하다. 반도체 수출이 만들어 낸 화려한 지표에도 ‘K자형 양극화’ 심화에 취약 계층인 청년들과 자영업자들의 시름은 깊어지고 있다. 설상가상(雪上加霜)으로 경제 체질을 개선하기 위한 구조개혁 숙제들도 선거 뒤로 미뤄진 채 켜켜이 쌓여있다. 하나같이 쾌도난마(快刀亂麻)식으로 단박에 해결하기 어렵고 힘든 난제(難題)들이 아닐 수 없다. 여·야·정은 선거를 통해 드러난 민심을 겸허히 받들어 협치를 통해 하나둘 난제들을 풀어나가야만 한다.
국민경제의 ‘펀더멘털(Fundamental:기초체력)’을 보여주는 생산·소비·투자가 동시에 감소하는 이른바 ‘트리플(Triple) 하락’이 나타났다. 소비는 3.6%, 설비투자는 3.6%, 산업생산은 0.6% 감소했다. 경제의 엔진 3개가 동시에 꺼져가고 있다는 경고음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물가·환율·금리의 ‘3고(高)’가 본격화하고 있다. 물가(5월 소비자물가 3.1% 상승)·환율(6일 원·달러 환율 1,559원)·금리(5일 5대 은행 주택담보대출 금리 연 4.67~7.33%) 등 거시경제 전반을 옥죄는 양상이 지속하는 가운데 물가 불안이 커질 것이란 우려와 함께 국고채권 5년물의 금리는 전날 오후 기준 3.990%를 기록했다. 국가데이터처가 지난 6월 2일 발표한 ‘2026년 5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 5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19.92(2020년=100)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3.1% 올랐다. 이는 전달(2.6%)보다 0.5%포인트 높은 수치로, 2024년 3월 3.1% 상승 이후 2년 2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올해 누계 기준으로도 2.4%를 기록해 상승 압력이 커지고 있다. 서민들은 장바구니 물가에 신음하고, 기업들은 투자를 줄이고, 내수는 얼어붙고 있다.
당장 해결해야 할 발등의 불은 서민 경제를 옥죄는 3%대의 인플레이션(Inflation)이다.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3.1%로 올랐다. 선거를 앞두고 정부는‘석유 최고가격제’를 앞당겨 시행하며 가격을 눌러왔는데, 이런 착시(錯視)효과를 걷어내면 실제 물가 상황은 더 심각했을 것이다. 정부는 ‘석유 최고가격제’, ‘유류세 인하’를 시행하며 5월 물가를 0.6%포인트 완화했다고 밝혔다. 이같은 정책이 없었다면 물가가 3.7% 급등했을 것이란 의미다. ‘석유 최고가격제’ 등으로 물가를 0.6%포인트 낮췄다고 밝혔다. 만약 최고가격제를 시행하지 않았다면 물가가 3.7% 올랐을 것이란 얘기다. 무엇보다도 가계 구입 빈도가 높은 144개 품목을 대상으로 작성하는 생활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3.3% 상승했다. 국제항공료가 33.5% 급등했지만 유치원납입금(-41.4%), 보육시설이용료(-18.3%)는 하락했다. 국제항공료 가격 상승폭은 1995년 1월 이후 가장 컸다. 반도체 초호황, 코스피(KOSPI) 열풍에 모두가 들떠 있지만 최근 나온 경제지표는 착시(錯視)에 대한 경계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는 대목이다. 심상치 않은 물가 움직임에 지난주 한국은행은 오는 7월 기준금리 인상을 강력하게 예고를 했다. 시중은행의 5년 고정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단은 이미 7%대까지 올랐다. 금리가 오르면 당연히 대출자의 이자 부담이 늘어나고 가계 소비는 위축되기 마련이다.
물가 걱정을 더 키우는 건 천장을 뚫고 천정부지(天井不知)로 솟구쳐 올라가는 환율이다. 반도체 ‘슈퍼-사이클(Super-cycle │ 장기적으로 꾸준히 상승하는 초호황)’에 올라탄 데 힘입어 4월 경상수지가 282억 9,000만 달러에 이르는 흑자에 이어 한국은행은 5월 경상수지 역시 역대급 호실적을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5월 반도체가 3월에 버금가는 수출 호조세를 보이고 있고 본원소득수지 역시 배당 등 계절적 요인이 해소됐다 란 인식에서다. 이렇듯 막대한 경상수지 흑자에도 불구하고 원·달러 환율이 1,500원대에서 좀처럼 내려오지 않는 기현상이 장기화하고 있다. 지난 6월 5일 환율은 전날보다 9.4원 오른 1,539.1원으로 마감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이후 환율은 지난 5월 15일 1,500원 선을 넘은 뒤 14거래일 연속 1,500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최장기간이다. 무엇보다 외환 당국이 지난 이틀 연속 구두 개입성 메시지를 내고 ‘스무딩오퍼레이션(Smoothing operation │ 미세조정)’으로 추정되는 달러 매도 물량까지 투입했지만, 외국인 주식 순매도에 따른 역송금 수요가 이어지면서 환율은 다시 상승했다. 특히 지난 6월 7일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지난 6월 6일 오전 2시 야간 거래에서 달러·원 환율은 전일 주간 거래 종가보다 19.9원 오른 1,559.0원에 마감했다. 환율은 야간 거래 막판 상승 폭을 키우며 장 중 한때 1,561.5원까지 치솟았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3월 10일(1,561.0원) 이후 17년여 만의 최고치다.
외국인의 대규모 주식 매도세가 연일 이어지며 6월 7일 환율 환율은 야간 거래에서 장중 1,560원 선을 넘어서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까지 치솟았다. 물론 당국자들의 설명처럼 고환율이라고 곧바로 경제 위기는 아닐뿐더러 외환 수급에 문제가 생기는 상황도 아니다. 하지만 환율이 한 나라의 경제 체질을 종합적으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경계해야만 한다. 게다가 고환율은 수입 물가를 올려 해외 원자재를 많이 조달하는 기업의 제조원가를 높이고 국내 물가를 더 불안하게 한다. 정부는 고환율 불안이 더 커지지 않도록 대비해야 한다. 무엇보다 고환율·고물가를 심화시킬 수 있는 재정 확장은 더욱 신중해야 한다. 수입 물가 급등이 인플레이션으로 번지지 않게 물가를 관리하고, 다가올 금리 인상이 한계 기업과 자영업자 연쇄 부실로 이어지지 않도록 선제적으로 리스크를 관리해야 한다. 부풀어 오른 자산 시장의 위험관리도 필요하긴 마찬가지다. 반도체발(發) 랠리(Rally)에 코스피(KOSPI) 9,000선 문턱까지 치솟았던 증시도 선거 이후 하락세(下落勢)를 보이며 변동성(Volatility)을 키우고 있다. 부동산 시장의 불안도 여전하다. 수도권 주택 매매가격 상승에 더해 규제 일변도 대책에 이미 씨가 마른 전셋값까지 무섭게 뛰면서 무주택 서민들의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도체 수출이 만들어 낸 화려한 지표에도 ‘K자형 양극화’ 현상이 갈수록 심화하며 취약 계층인 청년들과 자영업자들의 시름은 깊어지고 있다. 반도체 호황과 고환율·고물가 상황은 인플레이션 압력을 키울 수밖에 없다. 정부 당국자는 이를 ‘성공의 비용’으로 표현하기도 했지만, 문제는 성공의 과실을 거두는 계층과 비용의 부담만 짊어져야 하는 계층이 뚜렷이 엇갈리고 있다는 것이다. ‘3고(高)’의 타격은 특히 우리 경제의 약자인 서민·자영업자와 청년층에 집중된다. 국가데이터처 국가통계포털(KOSIS)의 ‘가구당 월평균 분위 경계값’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국 가구의 상위 10% 진입 기준선은 월 1,094만 7,107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관련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이다. 분위 경계값은 전체 가구를 소득순으로 줄 세웠을 때 각 계층을 구분하는 기준선이다. 즉 월 소득이 약 1,095만 원은 돼야 우리나라 상위 10%에 들어갈 수 있다는 의미다. 올해 1분기 전체 적자가구 비율은 27.4%로 집계됐다. 가구 네 곳 중 한 곳 이상이 적자를 보고 있다는 뜻이다.
올해 1분기 저소득층의 필수 생계비 부담은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높았다. 소득 상위 20%는 처분 가능 소득에서 지출을 뺀 가계 여윳돈이 344만 5,000원에 달했지만, 하위 20%는 오히려 43만 8,000원 마이너스(-)로 버는 것보다도 나가는 게 많은 ‘적자’다. AI(인공지능) 확산의 직격탄까지 맞은 청년 고용률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장기간인 24개월째 하락 중이다. 국가데이터처의 지난 5월 25일 국가통계포털(KOSIS) 등에 따르면 지난 4월 청년층(15~29세) 고용률은 43.7%로 집계됐다. 반면 30대 고용률은 81.0%를 기록하며 두 세대 간 격차는 37.3%포인트까지 벌어졌다. 이는 1999년 6월 관련 통계 작성 이래 가장 컸던 올해 3월 37.4%포인트와 비슷한 수준이다. 고용률은 전체 인구 대비 취업자 비중을 의미하는 지표로, 청년층과 30대 간 격차는 2000년대 20%포인트 수준에서 2010년대 들어 30%포인트대로 확대되는 등 증가 속도가 더욱 빨라지는 모양새다. 실제 2022년 4월 30.4%포인트였던 격차는 약 4년 만에 6.9%포인트 확대됐다.
물가를 잡기 위한 추가 금리 인상 압박도 거세지고 있다. ‘민생 3고(高)’의 공습은 한계 자영업자나 취약 계층에게 직격탄이 될 수밖에 없다. 서민의 실질소득이 늘어나지 않으면 소비도 살아나지 못한다는 데 각별한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민생 3고(高)’는‘양극화(兩極化 │ Polarization)’를 심화시키는 기폭제로 작용하고 있다. 커지는 3고(高)의 충격을 대비해 방어막을 더 높이 쌓아야 할 때다. 한계기업 구조조정을 통해 제한된 자원을 낭비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소모성 재정 투입도 자제해야만 한다. 선거에 밀려있었던 민생 입법과 경제 체질 개선을 위한 구조개혁에도 속도를 내야만 한다. 반도체 호황은 언제까지 지속할지는 불확실하지만,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 하락은 예고된 미래다. 한국의 실질적인 ‘경제 실력’을 뜻하는 잠재성장률 추정치가 사상 최저를 경신하면서 세계 주요국 가운데 하위권으로 주저앉는 모습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지난 6월 3일 공개한 최신 데이터를 보면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올해 1.66%로 지난해 1.85%보다 0.19%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예상됐다. 내년에는 올해보다 0.14%포인트 더 떨어진 1.52%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할 것으로 OECD는 전망했다. 이러한 어둡고 암울한 추세를 돌려놓기 위해선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한 투자와 함께 과감한 규제개혁,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한 노동시장 개혁, 교육제도 개혁 등이 필수적이라는 비상한 인식하에 노동·규제 개혁을 통해 기업 하기에 좋은 환경을 만들어 한국경제의 ‘펀더멘털(Fundamental │ 기초체력)’을 키워야만 한다. 때마침 2028년 총선까지 향후 2년간은 전국 단위 선거가 없다. 반도체 초과 세수에 재원 걱정도 덜었다. 또다시 개혁의 골든타임(Golden time)을 놓치는 치둔(癡鈍)의 우(愚)는 없어야만 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6월 2일 청와대에서 국무회의 겸 비상경제점검회의를 주재하며 “중동 전쟁 장기화로 국민의 물가 부담이 장기화하고 있다.”라고 중동전쟁 등에 따른 물가 상승 흐름을 우려하며 “물가 안정 없인 경제 성장도, 양극화 개선도, 국가의 지속적 발전도 불가능하다.”라고 지적한 것처럼, ‘민생 3고(高)’ 현상을 일시적 성장통이 아닌 생존의 위기로 엄중히 받아들여야만 한다. 갈수록 심해지는 양극화 해소도 시급한 과제다. 당장 고통받는 취약 계층과 한계 기업에 대한 정교한 ‘핀셋 지원’이 필요하다. 중산층을 위한 일자리 확보 등 허약해진 ‘부의 사다리’도 서둘러 재건해야만 한다. 수출과 증시 호황으로 걷힌 초과 세수를 취약 계층의 주거와 생활 안정 그리고 미래 일자리 창출을 위한 마중물로 삼고 종잣돈으로 써야 민생 회복의 효과가 크다. 고금리 시대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과 ‘빚투(빚내서 투자)’ 흐름이 다시 확산의 위험도를 높여만 가고 있다. 물가 안정을 최우선으로 하면서 무너진 내수 경제의 회복 방안을 마련하는 데 지혜를 모아야만 한다. 반도체 엔진에 치우친 경제 리스크를 분산하는 산업혁신 정책 마련도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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