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단 공개 참사’ 주동자는 이재명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2-11-16 14: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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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진 친야 성향의 매체 '민들레'와 최근 터무니없는 '청담동 술자리 의혹'을 폭로한 '더탐사'가 유족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 '핼러윈 참사' 희생자 155명의 명단을 공개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그 시발점은 사실 더불어민주당이다.


그리고 거기에 불을 붙인 건 이재명 민주당 대표다.


이에 대해 여당은 물론 정의당과 시대전환 등 다른 야당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민주당에서는 “참회한다”라는 의원까지 등장했다.


희생자들의 이름 공개 문제가 불거진 것은 민주연구원 이연희 부원장이 문진석 의원에게 보낸 문자로부터 시작됐다.


지난 7일 “모든 수단, 방법을 동원해 전체 희생자 명단, 사진, 프로필을 확보해 당 차원의 발표를 하는 것이 시급하다”라는 이연희 부원장 텔레그램 메시지(문진석 전략기획위원장 수신)가 카메라에 잡혀 논란이 일었던 것.


하지만 문 의원은 “개인의 인격이 존중되는 이 시대에는 불가능하고, 도의적으로 불가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라며 거리를 두었다. 당 원내 지도부도 "그런 논의는 전혀 이뤄진 바 없고 만에 하나 그런 제안을 누군가 했다면 부적절한 의견"이라고 일축했다.


하지만 이 대표가 지난 9일 최고위 회의에서 유가족 동의를 전제로 희생자 명단을 공개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면서 다시 수면 위로 올랐고, 결국 이런 사태가 벌어지고 말았다.


그런데도 이재명 대표는 이에 대해 입을 굳게 닫고 있다. 사과 한마디 없다.


이에 분노한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은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재명 대표님, 희생자 명단 공개. 이제야 직성이 풀리십니까?"라면서 "'죽음의 정치' 이제 그만 하시지요"라는 글을 게재했다. 이 외에 별다른 멘트를 적진 않았으나, 그간 이재명 대표가 핼러윈 참사 희생자들의 명단을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을 비난한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민주당과 함께 국정조사 요청서를 제출한 정의당에서도 이재명 대표의 모호한 태도를 질책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16일 희생자 명단 공개에 대해 “꼭 명단이 공개돼야 우리가 깊은 애도를 할 수 있을 것인가. 일단 그것에 대해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지금 사고 이후에 온 국민이 슬퍼하고는 있지만, 우리가 가장 최우선 고려해야 할 것은 유가족들이 상처를 더 이상 입지 않도록 우리 사회가 우리 시민들이 그분들의 마음을 잘 돌보는 것”이라며 이같이 지적했다.


그는 “유가족들이 원치도 않았고 동의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렇게 명단이 전격적으로 공개됐다는 것에 대해서 이것은 정말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이를 공개한 매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그는 침묵하는 이재명 대표를 겨냥 “민주당도 이 문제와 관련해서 이제까지 취해왔던 모호한 태도를 분명하게 해야 한다”라면서 “(민주당이)유족들의 동의 없이 이렇게 공개된 것은 잘못된 것이고 게재를 철회하라 이런 공식적인 입장을 내어 정쟁의 고리를 끊어내는 그런 태도를 보이시는 게 바람직하다”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핼러윈 참사 희생자의 이름과 사진을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해온 민주당을 향해서 비판의 목소리를 낸 이원욱 민주당 의원은 본인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민주당 지도부와 대변인은 유가족의 고통에 깊이 공감하고 진상규명과 함께 슬픔에 책임지는 태도로 임하겠다고 약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같은 당 노웅래 의원도 “명단 공개는 당사자인 유족 입장이 우선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유족 입장과 다르게 공개하는 건 법적-도덕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심지어 진보성향의 진중권 광운대 특임교수는 “추모하기 위해 그분들 이름을 불러야 하는가, 얼굴을 알아야 하는가. 모르겠다”라면서 “주체를 보면 ‘더탐사’ ‘민들레’ ‘김어준 방송’ 등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에서도 극성스러운 사람들이 주장하고 있다. 추모 의지가 순수하다고 볼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라고 되물었다.


여당뿐만 아니라 다른 야당은 물론 심지어 민주당 내부에서도 이처럼 명단 공개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쏟아져 나오는데에도 민주당 강경파는 여전히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희생자들을 정쟁에 이용할 생각만 하고 있다.


실제로 민주당 내 강경파 20여명의 의원들은 희생자들의 실명을 담은 ‘온라인 기억관’ 개설을 추진하고, 유가족협의체 구성을 돕겠다는 명분 아래 국회 본청 앞에 천막을 설치해 장외투쟁을 하겠다고 설쳐댄다. 그들의 눈에는 국민도 유가족도 보이지 않고 오로지 이재명만 보이는 모양이다. 공천 때문이겠지만, 민주당이 망가지면 그에게 받은 공천장이 무슨 소용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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