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한나라 정당쇄신·인적청산 갈등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2-12-26 09:4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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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과 한나라당은대선 이후 당 진로와 관련, 지도부 선(先) 사퇴-인적청산 등 쇄신론 문제를 놓고 당내 갈등을 빚고 있는 가운데 당권장악을 위한 신경전이 치열하게 전개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전날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민주당 신기남 의원은 24일 “인적 청산없이 개혁이 될 수 없다"며 한화갑 대표 박상천 정균환 최고위원 등 당지도부의 사퇴를 거듭 촉구했다.

당해체를 주장했던 조순형 의원도 “우리당 지도부가 현상유지돼서는 개혁이 안된다"고 말했고, 정동영 고문도 “당을 해체한 뒤 범개혁위를 구성하는 게 올바른 수순 아니냐"고 동조하고 있다. 친노 강경파로 분류되는 이들은 당개혁특위엔 불참한 채 뜻을 같이하는 의원들을 규합하는 등 자체 그룹을 형성, 인적청산과 신당창당 등 당개혁의 목소리를 높일 생각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나라당도 오는 26일 천안 연수원에서 열리는 의원연찬회에서 당 지도부와 중진들이 소장파 의원들의 세대교체 등 개혁요구를 수용하지 못할 경우 당내 분란이 심화되는 것은 물론 집단 탈당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한나라당내 초재선 중심의 원내외 위원장 모임인 미래연대는 당의 미래지향적 변화를 유도하기 위해 당권도전 검토를 시사했고, 재선의원 모임인 희망연대도 이날 9인 간사단회의를 열어 최고위원제 폐지 등을 요구,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민주당=우선 민주당은 내년초 전당대회를 열어 지도체제를 개편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음에 따라 전당대회에서 당권 표대결을 염두에 둔 신주류와 구주류간 세대결이 본격화할 조짐이다.

구주류는 한화갑 대표와 정균환 총무를 중심으로 한 동교동계와 최명헌 장태완 의원 등 후보단일화추진협의회(후단협) 소속 의원들이 연대를 형성하는 흐름이다.

한 대표는 지난 24일 최명헌 장태완 의원과 만찬을 함께 하며 신주류의 공세에 공동 대응키로 의견을 모았고, 후단협 소속 의원들은 지난 23일 낮 별도 모임을 갖고 친노 강경파의 당 해체 및 인적청산 요구에 대해 행동통일을 하기로 했다.

26일엔 정균환 총무 주최로 후단협 소속 의원들이 부부동반 오찬 모임을 가질 예정이다.
신주류에는 김원기 고문과 정대철 선대위원장, 조순형 공동선대위원장, 정동영 고문과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의 선거운동을 적극 지원했던 선대위 본부장단이 포진해 있다.

본부장단은 24일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일부 핵심 본부장들이 모여 당 개혁방안을 논의한 데 이어, 오후 63빌딩 한 음식점에서 전체 모임을 갖고 노 당선자의 국정개혁을 당내에서 뒷받침하는 역할을 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와 별도로 김상현 고문이 24일 낮 일부 핵심 본부장단과 오찬 모임을 갖고 당 개혁 방안을 폭넓게 논의했다.
노 당선자가 참석한 가운데 26·27일 경기 양평에서 열리는 중앙선대위 당직자 568명의 연수회에선 당 개혁과 정권 인수에 관해 집중 토론할 예정이다.

신-구 양측은 모두 노 당선자의 취임전 전당대회 개최를 통한 당체제 정비의 필요성에는 공감하고 있으나, 선거 결과에 대한 인식과 구체적인 개혁방안에 대해선 큰 폭의 의견차이를 보이고 있다.

선거 결과에 대한 인식에서, 신주류는 노 당선자에 대한 지지표는 민주당에 대한 지지가 아니며, 호남의 몰표 역시 변화를 지지한 것이지 동교동계의 국정보좌 실패에 대한 `면죄부'를 준 것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구주류는 호남 지지자들은 김대중 대통령의 국정이념과 철학을 계승하라는 뜻에서 노 당선자를 찍어준 것이며, 김 대통령과 한화갑 대표를 공격해선 안된다며 반발하고 있다.

이같은 논란은 인터넷상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네티즌들의 의견은 호남의 몰표가 노 당선자에게 김 대통령의 정책과 이념을 계승할 것을 기대하는 것이긴 하지만, 현재의 민주당에 대한 지지나 동교동계에 대한 `엄호'는 아니라는 쪽이 다수이다.

신-구주류의 이같은 인식차이는 전당대회 지도부 선거 과정에서 세대결로 나타날 것으로 보이며, 이를 통해 이번 대선에서처럼 당내 세대 교체도 이뤄질지 주목된다.

다만 신주류 내부에서도 신기남 추미애 의원 등이 요구하는 `선 당해체와 인적 청산'에 대해선 “너무 성급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중앙당과 지구당 폐지론에 대해서도 17대 총선을 1년여 남겨둔 상황에서 적절치 않다는 반대론이 많다.

신주류 핵심관계자는 “당 해체 등의 주장은 성급할 뿐 아니라 당내 컨센서스 형성없이 이뤄진 것으로 적절치 못하다"며 “총선이 1년밖에 안남았는데 중앙당을 해체하는 등의 변화는 더 큰 혼란을 불러올 수 있다"며 `총선을 염두에 둔 종합적인 접근'을 주장했다.

반대로 구주류 내부에서도 현 지도체제와 민주당의 색채를 그대로 유지해선 차기 총선의 승리를 보장할 수 없다는 인식이 다수를 이루며 `명예 퇴진' 혹은 `역할 재조정'론이 제기되고 있어 신-구주류간 극단적인 갈등 양상은 진정될 전망이다.

동교동계의 한 관계자는 “당 개혁이 필요하다는 의견에는 이견이 있을 수 없다"면서 “다만 현재의 지도부가 수긍할 수 있는 정치적 명분을 줘야지, 일방적으로 밀어붙여서는 안된다"고 절차와 명분을 요구했다.

이낙연 당선자 대변인은 “노 당선자는 당내 문제에 관여하지 않으려 하고 있다"면서 “당선자는 `당내 문제는 당에 맡긴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한나라당=한나라당도 당쇄신과 관련, 갈등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나라당 소장파 원내외 위원장 모임인 미래연대는 25일 경기도 기흥의 한 콘도에서 1박2일 일정으로 전체 모임을 갖고 당 쇄신방안에 대한 토론회를 열었다.
26일 천안 연수원에서 열리는 국회의원 및 지구당 위원장 연석회의에 앞서 미래연대의 통일된 목소리를 형성하기 위한 자리로, 당 개혁을 위한 갖가지 방안들이 봇물 터지듯 쏟아졌다.

이들은 특히 현 지도부의 즉각 사퇴와 비상대책기구 구성을 촉구하는 입장을 재확인하고 중앙당 축소 및 원내정당화 모색 등에 의견을 모을 것으로 알려졌다.

공동대표인 원희룡 의원은 모임에 앞서 기자와의 통화에서 “현 지도부가 그대로 앉아 당을 수습한다는 것 자체가 국민 보기에 모양이 좋지 않다"면서 “즉각 사퇴하고 비상대책기구를 구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개혁파 중진인 이부영 의원을 비롯해 김홍신 서상섭 안영근 조정무 의원등도 이날 오후 시내 한 호텔에서 별도 모임을 갖고 당 개혁방안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이 모임에는 김덕룡 김부겸 이우재 김영춘 의원 등도 의견을 함께 할 것으로 전망된다.
당 쇄신의 목소리가 이처럼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한나라당은 이회창 전 후보의 대선 패배와 정계은퇴로 무주공산(無主空山)인 상황에서 치열한 당권경쟁에 돌입했다.

차기 당권은 향후 당 운영과 2004년 총선 공천 주도권을 쥐는 것은 물론 `차기 대권'까지도 넘볼 수 있는 유리한 고지를 확보하는 길목인 동시에 당내 세력재편의 의미도 있다.

당권 경쟁은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와 민주당 개혁파의 강력한 개혁드라이브와 맞물려 쇄신파와 구당파간 생존경쟁으로 비화될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포스트 이회창' 시대의 주자로는 최병렬 강재섭 김덕룡 이부영 박근혜 홍사덕 강삼재 의원이 꼽힌다. 강창희 의원도 구 민정계지만 이 그룹에 포함된다.

이들은 쇄신파쪽에 가깝다. 현 당지도부가 대선패배의 책임을 지고 조건없이 즉각 퇴진할 것과 당의 대대적인 개혁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김진재 박희태 양정규 하순봉 김기배 현경대 이상득 신경식 김정숙 의원 등 구민정계도 만만찮은 세를 구축하고 있다.

내년 2월 예상되는 전당대회때 실시될 최고위원 경선에 참여할 대의원들은 여전히 민정계가 다수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김일윤 김영일 이강두 이상희 안택수 안상수 의원과 함께 권철현 맹형규 김문수 권오을 김부겸 홍준표 의원 등 초재선 의원들도 도전장을 던질 태세다.

특히 이번 당권 경쟁에서 승리한 측이 `신주류'를 형성할 것이라는 점에서 유력후보간 짝짓기와 세확보 경쟁이 어느 때보다 치열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미 K, C, K 의원 등은 핵심당직자들과 미래연대 등 소장파 의원들을 상대로 지지세 확보에 나섰고, 쇄신파와 구당파간 연대도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한 관계자는 “강재섭(대구 경북)-강삼재(부산 경남)-강창희(충청권) 의원 등 이른바 50대 `3강(姜)씨'가 한 축을 이루고, 최병렬(부산 경남)-박근혜(대구 경북)-김덕룡(수도권) 또는 김덕룡(호남)-이부영(수도권)-박근혜(영남), 하순봉(영남)-김기배(수도권)-양정규(원외위원장) 등의 연대구도가 형성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자민련=자민련도 대선이후 변화된 정치환경에 적극 대처하기 위해 오는 27일 당무회의에서 당쇄신위원회를 구성해 `제2창당' 수준의 당쇄신안을 마련키로 했으나 출발부터 논란을 예고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당에 활력을 불어넣고 새로운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당의 `오너'인 김종필(JP) 총재의 `2선 후퇴'를 거론하고 있으나 김 총재는 `당분간 불가' 라고 쐐기를 박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당 쇄신안 논의 과정에서는 내년 봄 전당대회를 열어 경선을 통해 집단지도체제를 도입, 당의 면모를 일신해야 한다는 주장 등을 둘러싸고 논란이 벌어질 것으로 당 관계자들은 전망하고 있다.

2004년 총선에 대비하기 위해 JP는 `당의 상징'으로 당무에서 물러나고 `경쟁력 있는 젊은 리더십'을 당의 새 얼굴로 내세워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영란기자 joy@simin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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